외국자본의 한국 대선후보 길들이기 "남의 일 아니다"

조준상/편집위원 sang21@hani.co.kr
브라질 노동자당에 대한 국제금융자본의 태도는 민주노동당에게도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제금융자본은 국내 선거에 영향을 주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미 보수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국제신용평가사, 외국계 투자은행 등 외국자본의 ‘길들이기’는 시작됐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한국정부가 은행민영화와 규제완화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신용등급상향조정은 어렵다.”(5월 8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마이클 페티트 도쿄사무소장)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경제정책의 기조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는 경제정책의 기조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시장 민주주의가 확고히 정착됐기 때문이다.”(5월 17일 골드만삭스 보고서)

“한국 국가신용등급 조정에 차기정부가 민영화 등 개혁정책을 지속해 추진할 것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S&P는 한국 주요 대통령 후보의 정책공약에 이런 요소가 반영돼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5월 29일 S&P 로버트 리처드 북아시아 담당 전무이사)

이런 외국자본들의 발언들은 차기 정부 역시 현 정권의 경제정책 노선을 지속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이들의 영향력은 실제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5월 22일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유럽연합 14개국 대사와 함께 한 오찬에서 “공기업 민영화를 지지한다” “해외자본의 공기업 주식 취득에 제한을 두거나 거부할 이유는 없다”며 자신의 이전 견해를 뒤집었다.

한나라당의 경우 외국자본을 의식한 태도는 법인세 인하·폐지론에서 드러난다. 국내 재벌에게도 이로운 법인세 인하·폐지론은 ‘국부유출 논쟁’이나 ‘기업·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대한 사후적 반대’ 등으로 국수주의 정당이라고 낙인찍혀 있던 한나라당의 이미지 메이킹 정책의 성격에 가깝다. 게다가 ‘감세를 통한 경기 활성화’라는 미국 부시 정권의 정책 노선과도 가깝기도 하다.

올 12월 대선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동안 외국자본의 이런저런 노골적인 길들이기 시도는 계속될 것이고, 한국 정부는 이를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리며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정경제부는 신용등급 조정을 위해 오는 9월 S&P와 갖는 연례협의를 전후해 ‘S&P가 대통령 후보들의 구조조정에 관한 태도 등 경제정책에 대한 의견을 확인하기를 원한다’는 식의 얘기를 흘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무디스에 이어 최근 피치가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 만큼, S&P도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해야 한국 경제가 좋아진다는 압력이다.

2000년 4.13 총선을 앞두고서도 외국자본은 이미 선거의 영향력 있는 변수로 등장했다. 그해 2월 삼성증권은 “98년부터 외국인투자가 급증했던 것은 김대중 정부의 개혁의지 때문이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여당이 총선에서 패한 뒤 기업·금융기관 구조조정의 후퇴와 정책 혼선이다”는 내용의 증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정권이 사주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3월 19일 대통령은 텔레비전에 나와 ‘총선에서 야당이 이기면 국제자본이나 대외신인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했고, 3월 22일 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기획예산처·금융감독위원회 등 4개 정부부처는 모든 신문 1면에 실은 ‘국부유출 논란으로 외국투자가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란 제목의 공동광고를 실기도 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상향조정하는 것도 뒤집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그들의 기준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다들 죽을 쑤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기준을 낮춰 상대적으로 나은 나라에 후한 점수를 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과 같은 곳이라도 없다면 남아도는 금융자본을 투자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금융 거품이 쌓이게 하는 효과를 낳는 것은 물론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제적인 투자포트폴리오에서 한국 비중을 높이는 것도 이와 관련된다.

대선을 앞두고 한국에 대한 국제금융자본의 움직임에 당 차원의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적절한 논평과 분석을 발표하고, 금융 거품의 발생에 대비한 제도적, 세제적 정비를 촉구하는 것도 시급하다.
[ 94호] 7.1 ~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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