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설 dllp21@kdlpnews.org
7월의 첫째 토요일인 오는 6일 전국 6천2백여개 국책·시중·지방은행 본점과 지점이 문을 열지 않는다. 지난 5월 23일 은행권 중심의 산별노조인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위원장 이용득)와 26개 금융기관 사용자 대표가 주5일근무제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7월 1일부터 주5일근무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1998년부터 민주노총이 ‘노동시간 단축’을 의제화시킨 이후 2000년부터 2년 넘게 진행된 노사정위원회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은행노사가 이같은 합의를 도출함에 따라 ‘세계 최장시간 노동’이라는 오명의 한국사회에서 마침내 주5일근무 시대가 열린 것이다. 특히 은행권의 토요휴무는 증권, 투신, 보험 등 제2금융권은 물론 공공부문, 제조업 등의 주5일근무제 도입에 파급력이 큰 게 사실이다.
공광규 금융노조 정책실장은 “산별 단위에서 교섭을 통해 주5일근무제를 도입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강조하고 “금융노조가 타결을 이뤄냄으로써 현행법의 개정을 통한 주5일근무제 도입을 추동시키는 의미도 크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이 빠진 상태에서 노사정위 테이블을 통해 주5일근무제 도입 요구를 해왔던 한국노총도 노사정위에서 노동법 개악을 둘러싸고 노사간 팽팽한 의견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산하조직인 금융노조에서 임금저하 등 노동조건의 후퇴 없이 산업별 합의를 이뤄낸 것에 대해 내심 반기는 표정이다.
하지만 은행노사가 합의한 주5일근무제 도입이 휴가일수를 조정하는 방법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은행노사의 합의에 따르면 기존의 연차휴가 8일, 월차휴가 12일, 특별휴가(체력단련휴가) 6일 등 총 26일의 휴가일수를 활용해 1년중 52일의 토요일 오전근무를 쉬는 것이라서 연간노동시간에는 변화가 없다.
이에 대해 박강우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은행이 주5일근무를 먼저 시행함으로 인해 제2금융권, 대기업 등에 주5일근무가 확산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해서가 아니라 휴가일수 조정을 통해 주5일근무제가 도입되는 것은 이번 합의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사무금융연맹·위원장 김형탁)도 은행노사 타결 직후 ‘주5일제 관련 제2금융권 노조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법제화 과정에서 논란이 돼왔던 주5일제를 현장에서 직접 도입함으로써 분위기를 고조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인정된다”면서도 “휴가일수 축소를 통한 주5일제 실시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므로 주5일제 실시에 관한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은행노사의 합의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제2금융권의 경우 현재 증권, 생보, 손보, 투신, 카드 등 업종별로 노조가 사용자쪽에 주5일제 도입을 위한 집단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제2금융권 노조가 모여있는 사무금융연맹은 5월 28일 비상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은행 노사합의내용이 대안이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휴가일수 축소 거부 △실질임금 삭감 반대 △중소영세사업장 및 비정규직 차별없는 동시실시 촉구 등을 기본원칙을 세웠다.
김형탁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노동시간 단축으로서의 주5일근무, 임금삭감, 비정규직 희생없는 주5일근무가 원칙”이라고 강조하고 “단체협약을 통해 주5일근무제를 쟁취하고 이를 통해 법제화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민주노총의 방침에 따라 교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의 토요휴무에 따라 주5일제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제2금융권 노사교섭은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사무금융연맹 산하 생보, 손보, 증권, 증권유관기관, 투신, 외국은행 등의 노조가 업종별로 사용자쪽에 공동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연맹은 8월 1일 일괄시행을 목표로 압박을 가한다는 계획이지만 전경련과 경총이 주5일제 확산 속도를 늦춰줄 것을 주문하고 있으며 업종별로도 이미 사실상의 주5일근무를 시행하고 있거나 은행권의 토요휴무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라서 교섭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
게다가 은행별로 ‘고객편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10~20% 점포는 토요일에 영업한다는 방침이어서 공동전산망을 이루고 있는 제2금융권의 입출금 업무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도 노사간 교섭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은행이 쉬는 7월 첫주 토요일을 경과하면서 주5일근무가 다시금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 노사간 교섭도 어느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개별 사업장 또는 업종별 교섭은 물론 주5일근무 법제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94호] 7.1 ~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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