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미국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들...


현 세종로 대사관 청사를 오는 2006년까지 옛 덕수궁 터에 지상 15층, 지하 2층 규모(과거 조선총독부의 1.8배)로 신축·이전하고, 대사관 신축예정 부지 바로 옆에 대사관 직원용 8층 아파트와 4층 짜리 군인용 숙소를 함께 지으려 했던 주한 미 대사관측의 계획이 밝혀진 이후 시민들의 반대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미국이 대사관과 아파트를 신축하려는 곳은 과거 일제에 의해 강탈당한 덕수궁의 옛 터다. 단순히 '노는 땅'이 아니라 대한제국을 비롯한 우리 근대사의 숨결이 살아 있는 역사적 장소이자 장차 복원해야 할 매장문화재가 묻혀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의 터전인 것이다.

신축 계획이 알려진 이후 일반 시민들과 시민단체는 물론 심지어 정부까지 이런 점을 직간접적으로 미국 측에 알리며 이해를 구하고 신축철회를 요구했건만, 미국은 아직까지 이에 상응하는 어떠한 입장 철회 방침도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재 미국 대사관과 아파트를 건립하려는 지역은 이미 예전에 미국이 먼저 점령하고 1883년부터 부지를 매입했으며 덕수궁은 그 후에 지어졌다'는 궤변까지 늘어놓으며 자신들의 현재 행위가 '문화적 침략행위'임을 세상에 드러내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만약 이 궤변을 '참'으로 믿고 있다면, 점령행위를 '침략'행위가 아니라 '정당한' 행위로 보고 있다는 말인데,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우리가 누누이 강조해 왔듯이 덕수궁 옛터는 다른 방법으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 땅이 설령 '노는 땅'이고, 미국 측의 말대로 자신들이 이미 '점령'한 땅이라 하더라도 오늘날에 와서 이 지역이 갖는 모든 중요한 의미들을 민주적·합리적 절차성에 의거하여 전달하고, 이에 대한 어떤 반론도 가지지 못할 수밖에 없는 '명명백백한 역사적 정당성'이 우리에게 있음에도 지금에까지도 신축방침을 철회하지 않은 것은 억지 생떼가 아니고 무엇인가?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살아 있는 '궁궐터'에 대사관과 아파트를 짓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저, 미국이란 나라, 그 나라의 정부는 도대체 어떤 집단인가? 남의 나라, 남의 민족을 깔보는 오만무도한 철학이 밑바탕에 있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생떼가 가능한가?
우리는 이 건(件)을 빌미로 '미국이 진정으로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 싶다면, 썩 남의 나라에서 물러가라'는 식의 침소봉대(?)한 '주장'을 펼칠 생각이 없다. 미군에 의해 여중생이 희생되어 온 나라가 떠들썩한 데도 아무런 낌새도 못 챈 양 오만한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는 미군의 태도도, 원한다면 문제삼지 않겠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정당한 주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그런 '인식의 아집'에 사로잡혀 '역사적·문화적 정당성'을 무시하는 '불손한 이방인'의 태도를 버리지 않으려 든다면, 이 모든 것을 싸잡아 그대 나라의 완전철수를 이끌어내고야 말 것이다.

미국이 진정으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아파트 신축 공간의 편리함이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적 숨결에 대한 존중이다. 눈과 귀를 닫고 오로지 혼자서 세상을 지배할 야욕을 꿈꾸는 '바보'가 아니라면, 이 마지막 말의 심각성을 이제는 느낄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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