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준/민주노동당 정보통신부장 info@kdlp.org
요즘 미군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서해교전 등으로 인터넷 한구석 또한 뜨겁다. 이 시간 인터넷 어느 동네는, 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한’ 내용들로 채워지고 있을지 모른다.
정부는 여태껏 전기통신사업법 53조(불온통신의 단속)를 근거로 매년 수만 건의 ‘불쾌한’ 내용들을 처리(?)할 수 있었는데, 지난 6월 27일 이 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아 이제는 정부 맘대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드라이브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전기통신사업법 53조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불명확하고 애매한데다가, 더구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통신의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어있어 정부가 판단하거나 원하는 “안녕질서”, “미풍양속”의 관념에 따라 헌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얼마든지 규제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되어 위헌 판결을 받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판결 요지에서 이번 판결의 의의를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법률에 의하여 규제되는 범위를 구체적이고 엄밀하게 한정할 필요가 있음을 명백히 한 데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 간 인터넷 검열에 대한 투쟁이 이번 판결을 이끌어 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쟁취 투쟁으로 큰 성과를 얻었음에도 그 빛이 아직 우리를 환하게 비추지 못하는 것은 그 빛을 가리는 산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불온통신의 단속’ 규정은 위헌판결을 받았으나, 단속을 위해 설치되어 검열의 최전방에서 칼을 휘두르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여전히 다른 법률들에 기대서 버젓이 인터넷내용등급제 따위의 검열을 행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불온통신’의 개념을 명확히 한다는 명분으로 ‘불법정보’와 ‘청소년유해매체물’ 개념을 도입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유해매체물’이라는 개념 또한 ‘불온통신’ 만큼이나 모호한 면이 있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마련된 법적 개념이라 어쩌면 표현의 자유 쟁취 투쟁이 원점으로 돌아왔을 뿐일지도 모른다.
[ 95호] 7.8 ~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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