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자유’ 포괄하는 병역법 개정안 마련돼야

대체복무제도 입법을 위한 공청회

이지안 mulu@kdlpnews.org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사회봉사를 통해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기회를 달라”.

불교신자로는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해 불구속 기소된 오태양(27)씨가 지난달 19일 첫 공판에서 했던 말이다. 이날 서울지법 동부지원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에 계류중인 병역법의 위헌여부 판결 이후로 오태양씨의 공판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광주지법도 지난 2월 22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정아무개(28·K대 박사과정)씨의 선고공판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광주지법은 같은 이유로 징역 1년6개월을 구형받은 조아무개(20·H대 1년)씨에 대해서도 직권보석 결정을 내려 석방했다.

지난 1월 29일 서울 남부지원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경수(21·대학생)씨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에 대해 사건심리를 정지하고 헌법재판소에 병역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결정한 이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보석으로 풀어주거나 선고를 연기하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체복무제도’ 논의가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연대회의)’를 비롯한 시민단체뿐 아니라 ‘나라와 문화를 생각하는 모임’ 소속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서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교도소에 보내는 대신 사회복지 시설에서의 봉사 업무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

현재 김원웅(한나라당), 장영달(민주당)의원 등은 대체복무제도를 포함한 병역법 개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7월 임시국회에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의원은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 소강당에서 열린 ‘대체복무제도 입법을 위한 공청회’에서도 현행 병역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원웅 의원은 “각 정당의 당론조차 아직 결정된 바 없고 보수적인 의원들은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는 등 대체복무제도 입법추진 과정에 있어 많은 난관이 뒤따르지만, 종교적 이유뿐 아니라 ‘양심의 자유’까지를 포함시키는 병역법 개정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음을 정치권 내부에서도 공론화 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연대회의와 ‘나라와 문화를 생각하는 모임’ 공동주최로 열린 이날 공청회에서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박서진 변호사, 이재승 국민대 교수, 이덕우 민주노동당 인권위원장 등이 참석해 대체복무제도 입법을 위한 열띤 토론을 펼쳤다.

박서진 변호사는 병역법 개정안이 △대체복무판정을 받은 자는 병력동원 ‘소집대상’에서 제외시키고 △현역복무 중 대체복무위원회로부터 대체복무 판정을 받을 수 있으며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은 3년 이내, 소관부서는 보건복지부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현행 병역법이 공익근무요원이나 산업기능요원 등 이미 충분한 병역특례법을 보장하고 있으며 대체복무제도를 소화할 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병역의무이행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권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루빨리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재승 교수는 대체복무자 인정절차와 관련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문제되는 경우는 종교와 관련된 양심이지만, 일반적인 윤리적 양심에까지 대체복무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인권보호에 충실한 것”이라며 대체복무자의 신청사유를 “윤리적, 정치적, 인도적 양심까지 포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우 민주노동당 인권위원장도 “소수자 보호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권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 문제”라며 “대체복무제도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더 나아가 입법화될 수 있도록 국민적 여론으로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1천6백여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전국 교도소에 복역중인 한국에서는 매년 5백여명 이상이 총을 드는 대신 감옥행을 택하고 있는 상황.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이 “유엔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이미 헌법과 각종 실정법을 통해 보편적 권리로 인정하고 있는 양심·사상의 자유에 속하는 권리”라고 강조하며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세계적으로도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국가 중 30여개국이 대체복무제를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 95호] 7.8 ~ 7.14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