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삼/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기획국장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올해 9월 1일부터 내년 8월 31일까지 적용될 최저임금을 월 51만4천1백50원(시급 2천2백75원)으로 결정했다. 이것은 현행 최저임금에 비해 8.3% 인상에 그친 금액이다.
당초 양대 노총은 시간당 2천7백원, 월 61만2백원을 제시했고 경총은 2천1백88원 월 49만4천8백88원을 주장했다. 결국 공익위원의 과반수가 사용자단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노동계가 재심의를 요청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관행상 이의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자는 그 해답으로 법정 최저임금을 넘어서는 노동자가족의 생계비를 실질적인 최저임금으로 관철시키는 생활임금투쟁(Living-Wage Campaign)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 일에 민주노동당이 적극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
법정 최저임금이 비상식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결정된 경우 생활임금 투쟁을 통해 이를 상회하는 최저임금을 설정하려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투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달리 국회(하원)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미국의 경우 AFL-CIO가 연방 또는 주정부 차원의 법정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위한 로비와 캠페인을 벌이지만, 이와 별도로 생활임금 캠페인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생활임금’은 노동자가족의 생계비를 기초로 산출되기 때문에 법정 최저임금보다 그 수준이 훨씬 높다.
구체적인 방식은 지방의회의 조례(ordinance) 제·개정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공무원은 물론 지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공공기관과 사기업, 그리고 공공사업을 위탁받은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에게 이 생활임금이 적용된다.
현재 연방 최저임금은 5.15달러이지만 각 시군의 의회가 정한 생활임금은 6.25달러에서부터 12달러까지 다양하게 분포하며, 1994년 볼티모어에서 있었던 볼티모어활동가공동위원회(BUILD)의 조례제정 운동이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확산되어 현재 46개 시(city), 10개 군(county), 그리고 1개 구(township)에서 생활임금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에도 다양한 형식을 통해 법정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생활임금을 관철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벌여나갈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임단협에서 기업내 최저임금을 설정하고 이를 비정규직과 사내하청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하한선으로 설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으며, 민주노동당과 사회운동 단체들은 지역 차원의 생활임금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여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지방의회 의원과 단체장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양대 노총의 지역본부, 사회단체와 긴밀히 협력하여 해당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 및 민간에 위탁하고 있는 사업, 그리고 지방정부의 예산지원을 받는 기업에 대해 생활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을 지불하도록 명시하는 조례제정 운동을 벌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생활임금 투쟁은 그 자체로 경제정의와 민주주의를 전진시키고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연대를 강화하는 적극적인 의의를 지닌다. 저소득 서민층과 노동자 가족들을 결속시킴으로써 작업장의 노조운동과 지역의 주민운동을 하나로 묶어 세우면서 보다 보편적인 사회 구성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95호] 7.8 ~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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