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법 저런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노동자엔 몸둥이, 자본가엔 솜방망이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불법딱지'에 자유롭지 못해

하나로테크, 한진관광면세점 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하나로테크는 하나로통신과 도급계약을 맺고 시설 관련업무를 보는데 근로조건이나 형태로 보아 불법파견이 명백한 사업장이다.

노조가 설립되자 하나로통신은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하나로테크는 노동자들에 대한 계약해지 또는 정리해고를 시작했다. 한진관광면세점지부는 대한항공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대한항공은 판매업무를 계열사인 한진관광에 도급을 주었고, 면세점 노동자들은 대한항공 직원들의 업무지시를 받으면서 일했다. 대한항공이 항공종합서비스라는 자회사로 도급을 넘기려고 하는데 맞서 불법파견을 진정하는 한편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몇해전부터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돼 왔으나 법과 판례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법파견이 확인되면 하나로통신 같은 사용사업주는 '불법이라니 앞으론 하지 않겠다'며 도급계약을 해지해 버린다. 노동자들에게 이는 해고를 뜻한다. 법원은 '불법으로 파견노동을 사용했으니 사용사업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상식'을 외면하고 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사용자들의 시비에 늘 시달린다. '노동자도 아닌데 무슨 노조냐'며 노조를 깨겠다고 나오면 불법의 굴레를 쓴 채 투쟁해야 할지 모른다.

성모병원과 경희의료원 등 보건의료노조 파업에는 직권중재를 빌미로 불법혐의를 씌워 간부들은 체포영장에, 업무방해금지가처분, 가압류, 손해배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택시노동자들은 인천과 강원도 동해에서 사용자들의 담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정한대로 전액관리제와 월급제를 실시하라는 당연한 요구에 사용자들은 각각 5천만원씩을 거둔 뒤 끝가지 버티는 사람에게 몰아주기로 하는가 하면 차량을 네 대씩 쪼개 동해지역 다른 회사에 매각하려는 비상식적 작태를 보이고 있다.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은 또 어떤가. 특별합의까지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공장이전을 강행해도 법은 '경영권'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보호해준다. 이에 반대하는 파업은 불법이요, 업무방해에 해당돼 철창행이 예약돼 있을 뿐이다. 용역깡패들의 폭력이 있어도 이를 사주한 자나 저지른 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지만 노조간부들에 대한 공안검찰의 수사는 집요하다.

이들 투쟁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다만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갈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해 보인다. 노조가 무너지거나 무력화될 수도 있고, 어정쩡하게 끝날 수도 있다. 물론 이길 수도 있으나 그 과정은 너무 힘겨워 보인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구속된 민주택시노조 동해 덕천운수 분회장 재판에 다녀왔다. 조직부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서울 정오교통 조합원들이 버스를 대절해 연대투쟁하러 내려온다"는 얘기를 전하면서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 출력한 소식지까지 보여줬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규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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