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오후 1시,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영상관에서는 이번 월드컵에서 나타난 전국민적인 열기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월드컵 평가 대토론회 "월드컵은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겼나">라는 제목으로 이루어진 이번 토론회는 민주사회정책연구원,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체육시민연대가 공동주최하였다.
토론회는 1부,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먼저 1부 토론회에는 '월드컵 이후 체육정책의 변화와 발전방향'에 대해 토론이 이루어졌다. 중앙대 안민석 교수는 발제를 통해 풀뿌리 체육, 사회 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스포츠클럽을 통해 체육을 제도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진장상곤 여자청소년축구대표팀 감독, 송광태 창원대교수, 김홍남 독일체육대학 박사도 전 국민이 체육을 즐길 수 있는 배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했고, 유소년 축구나 여자축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부천SK 이임생 선수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임생 선수는 "축구의 기본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학업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대부분의 축구 선수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 정도임을 지적하면서 "학원축구의 개혁과 스포츠클럽 시스템을 통한 유소년축구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부 토론은 '월드컵의 사회적 의미와 시민운동의 과제'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먼저 발제를 맡은 상지대 홍성태 교수는, "이번 붉은 악마 현상을 통해 새로운 '즐거운 혁명'의 싹도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발적인 거리 응원에 대해 일고 있는 비판적인 시각도 중요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이번 열기를 사회개혁의 흐름으로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동연 문화연대 사무차장은 '카니발의 문화와 시민운동의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이후 시민운동의 운동과제를 제안하였다. 이동연 사무차장은 먼저 월드컵 거리응원을 공간, 시간, 주체별로 분석하였다. 광화문이 자발적인 응원공간으로 10, 20대가 중심이었던 반면, 시청은 의도적인 공간으로 30, 40대 직장인과 가족이 중심이었다는 것이다. 이동연 사무차장은 이러한 차이를 "광화문 습격사건과 시청앞 열린음악회의 차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문화연대의 <포스트 월드컵 문화사회 만들기 캠페인>인 '광화문 문화광장 만들기', '문화교육 프로젝트', '축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은 토론자로 참여한 붉은 악마 신동민 미디어팀장에 대한 질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토론을 통해 신동민 미디어팀장은 "솔직히 이런 토론 자리에서 '붉은 악마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놀랍다"면서 "솔직히 지금의 붉은 악마에 대한 관심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라고 털어놓았다. 곧이어 응원가, 카드섹션의 의미 등 붉은 악마의 구체적인 활동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신동민 팀장은 답변을 통해 "붉은 악마는 축구매니아 집단"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하며 한국축구를 사랑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한 것일 뿐인 응원에 너무 많은 사회적 의미를 담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김상곤 교수노조 사무총장은 월드컵 열기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제출했다. 김상곤 교수는 "지금 '히딩크식 발전전략' 등으로 대표되는 기업의 히딩크 배우기 열풍은 신자유주의적 유연화와 세계화를 밀고 나가서 자본축적의 강고한 매커니즘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좀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월드컵 열기를 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는 토론을 통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1년에 세 번 정도는 밤새워 놀 수 있는 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월드컵에 대한 언론의 지대한 관심과 보도, 각종의 입장과 글은 많지만 월드컵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토론한 것은 이번 토론회가 처음이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월드컵의 열기가 컸던 만큼 한 번의 토론으로 무어라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시민운동이 그동안 스포츠의 국가주의/민족주의 전략이나 국민동원적 성격을 비판하는 만큼이나 이번 열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새로운 변화의 열쇠로 생각한다면, 앞으로 시민운동이 해야할 과제는 많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 자리였다. 이후 월드컵 열기의 지속여부가 주목된다.
문화연대가 추진하고 있는 <포스트 월드컵 문화사회 만들기 캠페인>은 월드컵의 열기가 국가, 자본, 미디어에 의해 조작되는 것에 반대하고 전 국민적 열기를 사회개혁, 문화개혁의 물줄기로 돌리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될 것이다.
최준영 (문화연대 정책실, ptrevo@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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