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아귀레, 신의 분노』

뉴저먼 시네마 기수의 꿈 ·욕망·한계

1962년 오버하우젠 단편영화제에서 알렉산더 클루게를 수장으로 26명의 젊은 감독群이 회동, 기성세대의 매너리즘을 힐난하고 신영화 탄생에 기여하며 20년대의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정신을 기리자는 선언이 있었다. 이어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선보인 감독은 파스빈더, 헤어초크, 지버베르크, 장 마리 슈트라우프, 폴커 쉴렌도르프, 빔 벤더스 등이다.

특히 헤어초크는 역사와 신화를 바탕으로 광인의 영상마술사답게 아마존을 무대로 독일이 이루지 못한 광활한 꿈을 비꼬는 『아귀레, 신의분노,72』로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탐험의 끝은 영화 속에서 허무로 끝나기 일쑤다.‘이어도’와‘콜럼부스’가 그렇다. 신화를 쫓아가지만 세계사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세상의 끝 아마존을 정복했지만, 남은 것은 뗏목 하나와 원숭이 울음 뿐…’인 무모함, 그것은 제3제국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던 히틀러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 되기에 충분하다.

인간의 이성을 정복한 이십세기의 신화는 전쟁에 희생당한 영혼들을 위한 49祭이다.
1560년, 전설의 황금도시 엘도라도를 찾아 나선 스페인 군대 장군 피사로(알레한드로 레펠레스)에 의해 선발대 대장 울주라(뤼 게라)와 억압된 사회를 벗어나고자 하는 코드로 사용되는 부대장 아귀레(클라우스 킨스키)는 철수와 황금에 대한 욕망으로 맞서게 된다.

질병과 인디언의 공격, 굶주림으로 부하들은 흔적 없이 쓰러지고, 아마존 한가운데 혼자 남게된 아귀레는 원숭이 한 마리를 손에 쥐고 하늘에 향해 외친다.“난 신의 분노다.”

아귀레는 극한상황에서도 목표를 설정하고 현실을 극복해내는 감독과 동일시된다. 광기 끝에 따라오는 파멸의 과정은 그의 작품들이 갖는 공통분모이다.
카프카, 뷔히너, 횔더린을 사상적 동지자로 생각하며 관념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의 이미지,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의 서사적 제례의식을 갖는다.

70년대 후반, 한국에 선보인 이 영화가 개봉되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장석용·신일고 교사/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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