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마구 받아들이고 액수산정도 불합리

[문제점과 파급력] 마구 받아들이고 액수산정도 불합리 모든 단체행동 원천봉쇄에 활동가에겐 '치명타' 될 판

노조 파업에 대해 사용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가압류 청구를 법원이 마구 받아들여 노동기본권이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다.

우선 법원은 사용자가 제기한 손배청구액이 부당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5개 발전회사는 발전노조에 대해 전력거래 손해비용과 비상근무 수수료, 신문광고료, 정보시스템 추가비용 등 모두 2백11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에 대해 "파업이 전기생산시설을 점거하거나 전기생산을 중단시키지 않아 전기판매량이 줄어드는 손해가 없다"고 항변한다. 도재형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사용자의 이익 발생은 경영여건이나 경기순환, 기계결함 등에 좌우된다"면서 "파업기간 중 생산액의 감소분부터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는데도 고정비용까지 같은 방식으로 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입장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사용자들의 손배청구가 비단 파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집회, 농성 등 지극히 일상적인 노조활동도 손배·가압류로 위협한다. 대구 동산의료원의 경우 1999년 흑자경영에도 정리해고를 실시하려 하자 노조가 그 해 2월부터 11월까지 병원 앞 집회, 로비농성을 46차례 벌였다. 병원쪽은 이에 대해 2001년 1월 보건의료노조, 동산의료원지부를 포함해 13명의 노조간부에게 손배소송을 냈다. 만약 법원이 사용자 손을 들어줄 경우 이는 노조가 할 수 있는 집단행동을 원천봉쇄하는 셈이 된다.

또한 손배청구 대상이 조합비는 물론 간부, 조합원, 가족, 보증인까지 확대돼 지극히 반인권적인 탄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광주병원, 장은증권, 한국시그네틱스, 효성 등의 경우 입사원서에 적힌 신원보증인들의 부동산이나 주택, 통장까지 가압류했다. 사용자가 일단 가압류나 손배소송을 제기하면 재판에서 승소할 때까지 재산권을 일체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설령 승소하더라도 현행법상 사용자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 없어 일방적으로 당하는 피해인 것이다.

사용자들은 나아가 상급단체 활동도 가로막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화학섬유연맹 오길성 위원장은 지난해 효성노조 파업을 지도했다는 이유로 손배소송(60억원)에 물려 있다. 보건의료노조 최권종 광주전남지역본부장과 오정렬 부본부장도 동광주병원 파업 때문에 재산과 임금을 가압류당한 상태다. 동산의료원도 집회지원 등을 이유로 민주노총 이정림 대구본부장과 정우달 부본부장에게 손배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법원이 그 동안 세 차례나 조정을 꾀했으나 병원은 '절대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패소할 경우 형사처벌과 달리 가족의 생계까지 파괴된다"면서 "노동운동에 투신해 얇은 월급봉투로 생계를 꾸려가는 활동가들이나 간부들이 위축되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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