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왕교 씨와 39명은 각각 3억원씩, 이장섭 씨와 10명은 각각 5억원씩 부동산이 가압류돼 있다. 빚보증 잘못 선 게 아니라 친척이나 친지가 동광주병원(현 광주병원)에 입사할 때 신원보증인이 된 '죄'다.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에 지쳐 노조를 결성하고 집회와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병원이 채권가압류를 신청한 것이다.
동광주병원은 당시 2백병상 규모의 중소병원으로 2000년 5월 노조가 결성되자 탄압으로 일관하다가 같은 해 9월5일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지 한 시간만에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어 그 해말 위장폐업을 한 뒤 광주병원으로 간판을 바꿔 단 악질사업장이다. 병원은 게다가 조합원과 간부, 신원보증인, 심지어 자문노무사에 등 1백7명에게 2억원의 손배소송을 제기했다. 병원은 앞으로 12억9천5백만원까지 청구하겠다고 한다. 노조 이영주 사무장은 "병원은 파업직전 단체복 입기나 집회 등으로 업무방해를 당했다고 우긴다"면서 "통장이 가압류된 신원보증인들이 노조사무실로 찾아와 하소연하는데 병원이 스스로 풀지 않는 이상 해결책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노조는 지난해 5월 사태해결을 촉구하며 민주당 광주 북구지구당사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으나 경찰투입으로 강제해산됐다. 정치적 해결조차 가로막힌 것이다.
노조간부는 물론 신원보증인의 재산까지 가압류해 노조의 단체행동권과 교섭권을 제한한 경우는 1998년 장은증권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명예퇴직하는 조합원들에게 명퇴금을 지급키로 노사합의한 데 대해 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린 것. 이에 대해 민변이 "사법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최악의 판결"이라고 비난하는 등 사회문제가 된 사건이다. 게다가 회사 파산 뒤 2000년 8월 예금보험공사가 퇴직위로금 지급을 이유로 박강우 노조위원장을 상대로 손배청구소송을 제기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같은 해 9월 국회재경위 국정감사에서까지 "경영활동과 무관한 노조위원장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서울지방법원은 지난 4월30일 1심 선고에서 노조위원장과 신원보증인에게 13억3천만원의 배상을 판결했다. 현재 예금보험공사는 언제라도 압류조치를 할 수 있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손배·가압류 피해상황은 6월말 현재 39개 사업장에 1천2백65억원이다. 병원, 택시 등 파업 중인 노조에도 가압류와 손배소송이 뒤따르고 있어 전체 액수는 1천3백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무엇보다 사용자들이 돈으로 파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야비한 수작이다.
민주노총 박강우 정책국장은 이와 관련해 "전에는 사용자들이 임단협을 유리하게 타결하기 위해 손배·가압류를 활용했으나 최근에는 노조간부는 물론 신원보증인에까지 손을 뻗치고 액수도 천문학적으로 커지는 등 노조무력화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경향은 지난해 효성와 태광산업대한화섬노조 파업과 올해 발전노조에 이르기까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효성노조는 지난해 1백13일 파업으로 조합원 2백37명의 재산과 임금 3백66억3천만원이 가압류돼 있다. 태광의 경우 조합원 74명에 대해 4백23억원의 손배청구를 제기했다. 파업에 참가했다가 해고된 효성의 정명자 씨는 "전세(울산 태화동)금 2천1백만원이 가압류돼 소송에서 지면 고스란히 떼일 판"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회사가 가압류를 풀어 줄 테니 대의원으로 출마하지 말라거나 총회에 참가하지 말라는 식으로 협박·회유한다"면서 "지난해 체결된 합의서에서는 취하하기로 해놓고 아직까지 풀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공장이전을 반대해 파업 중인 금속노조 한국시그네틱스지회 조합원들의 지난해 6월분 임금명세표에는 31만원, 34만원이 찍혀 있었다. 집회 한 두 번 참가한 조합원들까지 예외가 없었다. 현재 투쟁 중인 98명 가운데 91명이 가압류·손배가 걸려있다. 사직한 이들은 퇴직금까지 묶였다. 지난해 한창 투쟁 중이던 때 한달 조합비는 대략 4백만원 정도. 그러나 영풍그룹이 조합원들에게 청구한 손배액수는 모두 7억5천만원이다. 임은옥 교선부장은 "일일주점이나 물품판매 등 재정사업으로 노조활동을 근근히 이어왔다"면서 "10년 근속해야 70∼80만원 받던 이들이 하도 기가 막혀 되려 싸우자는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세상일이 돈이면 다 되는 게 아니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