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결코 피해갈 수 없다 - 다시 4·2 총파업을 생각한다


4·2 총파업을 앞두고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옥중에서 보냈던 메시지의 일부다.
“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도 이를 현실화하지 못하면 우리 운동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며 되레 위기에 빠짐을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정부의 극단적 강경책은 거꾸로 위기의 표현이다. 여론은 우리에게 유리하다. 무엇보다 발전노조가 투쟁전선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대중적 불신과 분노도 깊다. 이미 우리는 계급적 이해, 계급적 투쟁에 복무하기 위한 2·26총파업을 결행했다. 지금이야말로 반격의 기치를 높이 들고 노동운동의 새로운 비상을 위해 솟아오를 때다.
만약 이 같은 운동에너지를 현실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역사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나 고통스런 것이 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다시 한번 총파업을 결정했다. 사업장마다 조건이 서로 다르고, 결정만으로는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없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 수만명에 이르는 간부·활동가들의 용기와 결단이 절실하다. 나아가 간부·활동가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모든 노동자가 떨쳐 일어나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의 명운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총파업 전선을 굳게 세워야 한다.”

옥중의 위원장을 제외한 전 임원의 총사퇴와 비상대책위 체제라는 민주노총 초유의 위기를 몰고 온 4·2총파업의 무산과 노정합의.
이미 수없이 다루었던 이 문제를 또다시 꺼내드는 이유는 결코 누군가를 탓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불과 석달 전의 일인데도, 그날의 그 충격과 아픔이 뼈아픈 교훈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어느덧 잊혀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결코 우리를 비켜가 주지 않는다.
15일 한국전력이 5개 발전 자회사 가운데 남동발전을 우선매각 대상으로 지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10월 중 입찰에 들어가 내년 1월말까지 매각계약을 완료하겠다고 한다.
4·2 총파업의 무산은 민주노총의 위기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해결했어야 할 과제는 이제 더욱 무거운 짐으로 우리에게 다시 던져지고 있는 것이다.
한전의 발표가 있자마자 발전노조는 매각 방침을 즉각 철회하지 않으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다시 투쟁에 나서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결코 물러서지 않고 꺾이지 않으며, 스스로 가야할 길을 향해 나아가려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발전노조는 현장복귀 이후 숱한 탄압을 겪으면서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으며 조직을 추슬러 왔지만, 현장 탄압에 맞서 조직 자체가 죽느냐 사느냐를 가르는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4·2 총파업에서 해결하지 못한 과제,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저지 및 발전소 매각 저지의 과제는 다시 우리 앞에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로 되돌아 왔다. 그러나 이 과제를 둘러싼 우리의 주객관적인 조건은 지난번보다 훨씬 어려워져 있다.
4·2 총파업을 힘차게 실천하는 것은 물론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어려움은 당시의 어려움과 비교도 할 수 없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결코 우리를 피해가지 않으며 더욱 어려운 모습으로 반드시 우리 앞에 되돌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심장 한복판에 아로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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