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불법파견 해고자(인사이트코리아노조) 김상범 · 왕종현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높은 벽과 자본의 분할 지배를 단호히 깨뜨려 나가고자 합니다”


서울·인천·대구·부산·인천·대전 등 전국 11개 SK 물류센터에 도급을 위장해 인력을 공급하던 불법파견업체 인사이트코리아.
이 업체에 노조가 결성된 것은 2000년 3월이다. 노조설립 당시 2년에서 8년간 근무해온 38명의 조합원들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6조 3항에 따라 사용사업주인 SK에 정규직 고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SK는 인사이트코리아 노조 조합원 개별면담을 통한 탈퇴공작을 벌이고 노조를 탈퇴한 노동자들을 모두 3개월에서 1년짜리 계약직 노동자로 전락시켰다.
노조탈퇴와 계약직 전환을 거부한 지무영 노조위원장, 김상범 부위원장, 왕종현 사무국장, 김인선 조합원은 2000년 11월 1일자로 해고했다.
이때부터 인사이트코리아 노조의 부당해고 철회와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쟁취 투쟁은 본궤도에 올랐다.

매주 1회 서울 SK 본사 앞 집회와 격주 금·토 SK 울산공장 아침 출근투쟁을 기본으로 다양한 방식의 투쟁을 끈질기게 전개해 왔다.
노조의 완강하고 끈질긴 투쟁은 2001년 11월 과거 인사이트코리아에서 근무하다 계약직으로 전환되었던 노동자 80여명의 정규직화와 올해 4월 ‘I CAN’이라는 파견업체에 근무하던 여성 사무직노동자들의 정규직화라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SK는 해고된 4명 중 중노위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김인선 조합원을 제외한 3명의 노조간부들에 대해서는 복직불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 1월 SK에 40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노조가 건설됐다. 현재 노조 핵심간부들은 과거 울산공장에서 노조민주화 투쟁을 벌이다 전국 곳곳의 물류센터로 쫓겨 갔던 사람들로 인사이트코리아 노조의 투쟁을 적극 지원해 왔다.
인사이트코리아 해고자들은 SK노조 해복투로 조직을 전환하고 7월 5일부터 다시 본격적인 복직투쟁을 시작했다.
그동안 격주 금·토에 진행되던 울산공장 출투는 매주 금·토로 바뀌었다. SK해복투 노동자들은 SK노조의 임투 경과에 따라 매일 출투, 천막농성 등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
지무영 위원장은 6월 중순 갑자기 쓰러져 수술을 받고 현재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으나 당분간 안정을 취해야 한단다. 그래서 현재는 투쟁에 결합하지 못하고 있다.

□ 위원장의 병세와 경과는.

6월 중순쯤에 위원장님이 갑자기 쓰러지셔서 119 구급차량에 실려 가셨는데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다급했습니다. 폐에 구멍이 났다고 하는데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금 아주 호전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의사의 진단은 아직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재발의 위험이 있으니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합니다.

□ 부당해고 무효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행정 1심까지 진행되었고 지금 고법소송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고법 결과는 8월말이나 9월초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지노위에서는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냈습니다. 서울지노위는 SK가 도급을 위장해 불법적으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해 왔음을 확인했으며, 우리들이 파견법 제6조 3항에 의해서 직접고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계약직 전환 거부를 이유로 우리를 고용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라 판정했습니다.
하지만 중노위는 합법적 파견이 가능한 26개 업종 안에서 불법이 자행된 것은 파견근로법의 보호를 받지만 애초에 26개 업종을 제외한 다른 업종에서 불법파견이 자행된 것은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황당한 판정을 내놓았습니다. 행정소송 결과도 마찬가지구요.
중노위에 계류돼 있을 때는 전 김호진 노동부 장관이 우리의 요구에 대해 회답을 준 것이 있는데 불법파견 노동자도 파견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중노위에 제출을 했는데도 판정은 상반되게 나왔습니다.
중노위나 행정법원이나 SK가 불법파견노동자를 사용해 왔다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중노위와 행정법원은 현행법에 그것을 보호할 수 있는 문구가 없기 때문에 불법파견 노동자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파견법을 도입할 때 불법파견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취지라 떠들었습니다.
자신들의 말을 책임지려면 불법파견이 밝혀지는 즉시 직접고용으로 보아야 합니다.
결국 정부와 법원은 불법파견의 묵인·방조를 넘어 조장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자본가가 2년이 지나면 직접고용해야 하는 합법파견과 벌금만 물면 되는 불법파견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뻔한 것 아닌가요?

□ SK해복투로 전환하게된 배경은.

SK해복투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우리는 SK노동자’라는 것입니다.
인사이트코리아라면 SK노동자에게는 왠지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SK노동자들이 우리를 같은 노동자로 바라보게 하고 그들에게 우리 투쟁의 정당성을 깊이 심어주기 위해 SK해복투를 결성했습니다.

□ 이후 투쟁계획은.

2001년 2월부터 격주에 한번씩 전개했던 SK 울산공장 출투를 7월부터 매주 금·토 출투로 바꾸고 보다 적극적인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SK노조 임투 진행 상황에 따라 매일 출투로 바뀔 것입니다. 임투가 쟁위행위에 들어가면 천막농성에 돌입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시민 선전전과 울산지역 노동?사회단체 대표자들의 SK 해고자 복직촉구 100인 선언운동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서울에서는 민주노총 법규팀과 조직2부에서 파견노동자를 위한 대책위가 꾸려지고 있는데 이것을 통해 하반기 투쟁을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그간 인사이트코리아 노조가 파견노동철폐 투쟁에서 선봉이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해나갈 생각입니다. 서울 SK 본사 앞 집회를 계속 이어갈 것이며, SK계열사 빌딩 앞 선전전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최근 수년간의 비정규직 투쟁에서 성과와 발전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이고, 그동안의 투쟁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할 때 가장 시급한 과제가 있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은 틀림없이 이 사회가 변화·발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투쟁이 파업을 통해 공장을 점거하면서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 밖에서 선전전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을 시급히 바꿔내야 합니다.
게다가 비정규직·정규직으로 갈라지는 것은 자본의 분할 지배에 노동자들이 휘말려 들어가는 것입니다.
SK해복투와 SK노동조합은 이런 모습만은 절대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투쟁에서 이것만은 반드시 깨뜨려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울산 노동자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제가 느끼는 바를 솔직히 말씀드리면 울산지역은 대공장 위주의 노동조합운동이 강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소규모 노조운동이나 소규모 투쟁에 대해서는 소홀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투쟁도 의미 있는 투쟁이고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하는 투쟁입니다. 작은 투쟁도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비정규직 투쟁은 한 곳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본가들은 70%가 넘는 비정규직을 만들어 내기 위해 10년 넘게 준비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넘어서기 위해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노동자는 하나라는 마음을 가지고 비정규직 투쟁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울산 동지들과 2년 가까이 함께 하고 있지만 우리 투쟁에 적극 결합하는 동지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추운 겨울에도 어김없이 아침 6시 반에 SK 울산공장 정문에 나와 함께 투쟁해준 동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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