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월드컵' 종합대책, '월드컵-국제화' 명분
'신자유주의 개방·경쟁 시스템 구축 시도' 우려 제기
정부가 지난 16일 포스트월드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통령 주재 민관합동 '포스트월드컵 종합대책 보고회'를 통해 발표된 포스트월드컵 종합대책은 최소한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첫째는 월드컵을 성공으로 이끈 국민적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포석이 정책으로 구체화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는 월드컵 성공의 '과정'을 중시한 데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난 이후의 결과들을 정책적으로 흡수하고, 활용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겠다는 발상으로 비친다. 국가 이미지 제고를 통한 경제효과의 극대화랄지, 히딩크 리더십 확산 같은 대책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한마디로 월드컵을 성공으로 이끌게 된 원동력과 성공으로 인한 결과 모두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정책적 의지의 결정판인 셈이다. 지금까지 나온 논의들을 모두 종합하는 방향으로 대책이 수립됐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포스트월드컵 종합대책은 5대 분야 80개 과제를 담고 있다. 5대 분야는 ▲월드컵의 경제 효과 확대 ▲철저한 사후관리 및 기념사업 ▲문화국가 이미지 정착 ▲지방의 세계화 및 선진시민의식 지향 ▲국가이미지 제고 등이다.
그러나 이 과제들 중 상당수가 현실성 및 타당성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발표되어 시행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제주국제자유도시나 수도권 국제금융도시 등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는 문화적·환경적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품목들을 '포스트월드컵'이라는 시장바구니 속에 몽땅 쓸어 담아 관철시키려는 의도가 담겨있지 않느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논란이 돼 왔던 각종 정치경제적 현안들을 '월드컵성공을 계기로 한 국제화'라는 명분으로 일괄처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발표를 계기로 그동안 교육계로부터 비판받아 왔던 교육시장 개방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월드컵 후속대책과 신자유주의 시장 정책을 무리하게 연결시켜 관철시키려 한다는 비난이 거세게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분야 과제들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이 '문화국가'의 제일지표라고 한다면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이 튼튼한 토대 구축인데, 이번 과제들에서 그런 내용들은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발표에 담겨진 문화관련 과제들은 △주5일 근무제 시행 대비 여가·문화 프로그램 개발·보급 △거리축제 및 시민 문화광장 발굴 지원 △해외입양아 한국문화 뿌리찾기 사업 지원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 적극 육성 △한국문학의 해외언어 번역지원 확대 △주한외국인을 위한 `찾아가는 문화활동' 개최 △한류흐름의 문화산업, 순수문화예술, 청소년 교류로 확대 등이다.
한두 가지를 제외하면 사실상 문화국가의 토대를 튼튼히 하는 데 궁극적으로 보탬이 될만한 과제들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단 한번으로 정책효과가 검증되는 단기과제들도 있고, '돈벌이'를 위한 과제들도 있다. 그러나, 한때 고사위기감마저 감돌았던 순수예술 진흥을 위한 획기적 지원책이나, 문화백년대계의 기초가 되는 문화교육 방안, 문화기반시설 활용방안 등은 어디에도 없다. 지역문화 활성화 대책, 월드컵 경기장 사후활용도 다른 과제들에 비해 비중이 작다.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거리축제 및 시민광장 발굴 지원' 같은 과제들이 그 예다. 문화축제나 광장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꺼려왔던 과거역사에 비춰보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제들이 궁극적으로 문화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런 이유로, 월드컵이 끝난 지 이제 겨우 18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 대책들이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니길 빌면서,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번 발표에 담겨진 부정적 '미지수(未知數)'를 긍정적 '지수'로 돌리는 데 진정한 '포스트월드컵' 대책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지 말이다.
일일문화정책동향 안성배 기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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