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딴따라’로 세상에 맞서기 위해

작곡가 윤민석

이지안 mulu@kdlpnews.org
서해교전과 미군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 노래로 ‘투쟁’하는 작곡가 윤민석이 이를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www.songnlife.com)를 통해 이 두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애한민국(大哀恨民國)만가’와 ‘또다시 너를 묻으며’를 발표한 윤민석(사진)씨를 지난 4일 밤, 그의 작업실 프로메테우스에서 만나봤다.


△ 먼저 어떻게 이 노래를 만들게 됐는지 궁금하다.

= 여중생 압사사건에 대해서는 친구로부터 뒤늦게 전해들었다. 마침 그때 ‘6.15 민족통일 대축전’에 참가하느라 금강산에 있었기 때문에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다. 처음엔 너무도 어이가 없고 감정이 복받혀 며칠간 헤매기도 했는데, 그러다가 ‘우리 죽은 애기들’을 위로하고 싶어졌다. ‘잘 가라’는 말은 더이상 하기 싫어서 ‘또다시 너를 묻으며’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만들었다. 월드컵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외쳤을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분단과 대결의 상태로 있는 한, 큰 슬픔과 한의 나라일 수밖에 없다. 힘들고 어려워도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를 ‘만가’에 담았다.

△ 주위 반응은 어떤가.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도 올라오고 메일도 많이 받았을 텐데.

= 그렇다. 대부분 슬픔과 분노에 공감하면서 빠른 시간 내에 이 두 사건과 관련된 노래를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했다. ‘딴따라’로서 세상과 맞서기 위해 내가 당연히 해야할 몫임에도 그런 얘기를 들으면 행복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메일은 10대 중학생으로부터 온 것인데, 세상이 무섭다는 마지막 말이 마음을 참 아프게 했다. 어린 10대 친구들은 여중생 압사사건을 보면서 자기또래 친구들이 그렇게 죽었다는 사실에 충격이 클 수밖에 없지 않겠나.

△ 그간의 노래들을 보면, 윤민석씨의 화두는 통일이나 자주, 민족 등의 문제에 고정돼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민족이라는 코드, 특히 감상적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소위 ‘진보적 지식인’들이 ‘매도’에 가까운 비판을 하고 있는데, 남한에서는 민족주의가 한번도 제대로 발현된 적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상대적으로는 과도할지 몰라도 절대적으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 저항적, 해방적 의미의 민족주의와 민족적 자긍심 고취는 계속돼야할 필요성이 있다.

△ 요즘 ‘전쟁 한번 합시다’라는 노래를 새로 쓰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 서해교전을 둘러싸고 강경대응을 요구하는 자칭 보수꼴통들과 맞장 한번 떠보자는 의도로 만든 노래다. 민족의 운명은 뒷전이고 겁없이 ‘전쟁’이라는 말을 쉽게 내뱉는 수구세력들을 보면서 이들과의 투쟁에도 힘을 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지난 4월 이회창으로부터 고발당한 ‘누구라고 말하지 않겠어’라는 노래(<진보정치>88호 보도)도 수구세력과의 한판 싸움이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겠다.

= 그렇다.

△ 그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미 사이버경찰청의 조사를 받았는데.

= 그 이후로 일단 소강상태다. 한나라당이 대규모 사이버팀을 만들었다던데, 실제로 내 사건과 관련해서는 ‘벌집 쑤셨다’는 반응이 많다고 들었다. 아무튼 조만간 민·형사상의 탄압이 시작되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다.

△ 민주노동당에 바라는 점이랄까, 쓴소리 한마디 부탁한다.

= 민주노동당이 이번 6.13 선거에서 제3당이 됐다는 소식을 금강산에서 들으면서 큰 위로를 받았다. 축하한다. ‘운동’과 ‘정치’는 다른 부분이 있는 만큼 운동적 마인드와 뜨거운 심장은 견결히 지켜가되, 방법론적으로는 유연해질 필요도 있다. 대중적 방법을 구사하는 일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또한 정치판에서 감내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당당해지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 민주노동당이 가는 길이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가본 적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지 않는가.
[ 96호] 7.15 ~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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