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통치 공간ㆍ투쟁의 거리와 놀이공간

월드컵은 우리사회에 무엇을 남겼나...문화는 부문운동 아니라 시민일반의 권리

이지안 mulu@kdlpnews.org
2002년 한일월드컵은 한국스포츠 문화와 사회변화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져왔다. 특히 붉은악마 현상으로 나타난 시민들의 폭발적 열기는 새로운 사회주체의 등장을 예견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이러한 경험이 국가와 자본에 고스란히 넘어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월드컵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들은 무엇인가. 이를 어떻게 시민사회의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가.

스포츠클럽 통해 새판짜야

지난 9일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영상관에서 열린 ‘월드컵 평가 대토론회’(사진)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차분하게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는 자리였다.

상지대·성공회대·한신대 민주대학컨소시엄 부설 민주사회정책연구원과 문화연대, 체육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부 ‘월드컵을 통한 스포츠와 축구발전 모색’과 2부 ‘월드컵의 사회적 의미와 시민운동의 과제’로 나뉘어 다섯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특히 정대화 상지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2부 토론은 객석과 패널간의 진지한 논쟁으로 이어져 토론회의 열기를 후끈 달궈놓았다.

1부 토론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대부분 ‘스포츠클럽을 통한 새판짜기’에 의견을 같이 했고, 현역 선수인 이임생 (부천SK)씨 또한 한국축구가 개선해야할 문제로 △유소년팀 지원 부족 △과도한 엘리트 체육 등을 들며 학원축구를 클럽축구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2부 첫 순서로 ‘붉은악마 현상의 사회적 형성과 의미’에 대해 발제한 홍성태 상지대 교수 (사회학)는 붉은악마 현상이 “소비사회화’라는 구조적 변화를 바탕에 두고 등장한 새로운 사회적 주체의 노력과 월드컵을 국력신장이나 경제도약을 위한 계기로 이용하고자 했던 국가와 자본, 언론의 노력이 어우러져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이라면서 “이를 사회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와 계기적 요인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새로운 사회적 주체의 등장을 강조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자본·언론 등이 이를 흡수한 측면을 강조할 것인가에 관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

이러한 접근법으로 붉은악마 현상을 분석한 홍 교수는 “도심이라는 공간을 통치의 공간에서 시민의 놀이공간으로 전복했다는 점에서 ‘즐거운 혁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진단을 내리고, “87년 6월 항쟁이 2002년 6월 축제의 노둣돌”이라고 평가했다.

'즐거운 혁명' 가능성 보여줘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동연 문화연대 사무차장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나타난 시민들의 참여의식을 어떤 형태로든지 사회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시민운동에 있어서의 붉은악마 활용론을 펼쳤다. 이 차장은 또 붉은악마 현상이 ”주로 네거티브한 운동전략을 가진 현 시민운동의 방식을 포지티브한 전략으로 전환시키라는 시민들의 권고일 수 있다”면서 “시민운동 자체가 문화적인 의미가 강화되고 일상적 축제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붉은악마를 시민운동 에너지로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길거리 응원에 나선 시민들의 자발성 여부와 국가대표팀 서포터즈 ‘붉은악마’의 비정치성 문제도 집중 토론됐다. 길거리 응원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열광이라기보다는, 스포츠 애국주의를 부추기는 국가나 언론 등에 의한 강제된 열광이 아닌가 하는 점은 인권운동사랑방을 비롯한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이미 지적된 논점.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문화인류학)를 포함한 이날 토론자들은 이에 대해 “인터넷을 통한 자발적 소통문화를 보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사회적 관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홍성태 교수는 붉은악마 현상을 어떻게 진보적 틀 안으로 끌어올 것인가에 관한 객석의 질문에 대해 “운동의 방식과 내용 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며 “문화를 단지 부문운동으로만 보지 말고 시민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로 보자”는 입장을 밝혔다.
[ 96호] 7.15 ~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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