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중생 살해사건을 고발한다

우리의 어린 딸, 열세살 신효순 심미선 양이 지난 6월13일 오전 경기도 양주군 효촌리 56번 도로에서 미군의 궤도차량에 치여 살해된 비극이 발생하였다. 한 동네 앞뒷집에 어릴 때부터 단짝이던 이들은 조양중 1년생으로 친구 생일잔치에 가던 중 참변을 당했다. 그곳은 의정부 외곽이고, 서울에서 북쪽으로 15마일쯤 떨어진 평화스러운 마을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마크 워커(36) 중사는 의정부시에 주둔하고 있는 미 2사단 44공병대 소속이고, 훈련 중이었다고 발표하였다. 미군 당국은 처음에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언급을 회피하였다. 그러다가 한미합동조사반은 '단순한 교통사고이고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고 사고경위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따라서 시민단체가 가해자로 '고발'한 워커 중사는 어떤 제한도 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지낸다고 거듭 '부인' 발표를 하였다. 그러다가 시민들의 항의가 높아지자 미군 당국은 태도를 바꿔 "전적인 책임이 미군에게 있음을 통감한다"는 사과와 함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시인' 발표를 하였다. 그러나 의정부지청이 이들을 소환하자 스스로 제시한 일시인데도 '신변안전 위협'을 들먹이며 출두를 거부했다가 다음날 나타나서 진술을 거부하고 돌아갔다.

미군의 오만하고 정직하지 못한 태도 또한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범대위)의 공동진사조사단 구성과 미군 당국의 형사재판권 포기-한국 당국에 이양 요구도 아직까지 거부하고 있다. 현행
한미주둔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근무 중 발생한 사건은 미군 당국이 형사재판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며, 한국이 재판권포기 신청을 할 경우 미군은 이를 호의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돼 있을 뿐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스스로를 조사하면 객관적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등의 상식적인 이유로 재판권을 한국 당국에 넘기도록 요구한 것이다.

범대위는 이 두 가지말고도 미 대통령 사과, 직접가해자 구속처벌과 미 2사단장 징계, 학교 앞 훈련차량 운행금지와 사고부대와 훈련장 폐쇄, 유족에게 배상, 소파 전면개정 등 5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그러나 미군당국은 지금까지 반응이 없다.

우리는 무엇보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살해사건이 발생한데 대하여 미군 당국에 분노와 항의를 금치 못한다. 장갑차가 훈련중이라도 안전요원 등이 있을 것이고, 칸보이 차가 선도하거나 교통정리를 할 것이며, 그들이 말하는 좁은 길의 전차교행이나 피해자들을 보지 못했다는 등의 변명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군 당국이 정직하지 못하다는 것은 '전적 부인'에서 '전적 시인'으로 태도를 바꾼 것에서도 극명하게 입증된다.

둘째로 전동록 씨가 파주에서 미군의 고압선에 감전돼 팔다리가 잘린 체 고통 받다가 11개월만에 숨을 거둬 장례를 치른 게 엊그제 일이다. 미군쪽은 당시 소파 규정을 들먹이며 60만원을 던져주고 갔는데, 이번 여중생 살해사건도 같은 부대 소속 군인이 저지른 것이다. 이는 미군이 평소 한국민의 귀한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셋째로 이번 사건은 한미관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말해 준다. 한국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능력이 없고, 형식으로만 독립국이지 실제로는 미국에 종속된 국가일 뿐임이 증명된 것이다. 미국은 사실상 식민지 지배자로 한국에 군림하는 실로 오만한 나라다.

미국의 '식민지 지배'가 비극의 뿌리 미국은 자신의 국가이익을 위해 이 땅에 주둔하고 있음이 명백한데도 한국의 현직 대통령은 통일 뒤에도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전히 온갖 특혜를 안겨주고 있다. 이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를 믿지 못하는 국민이 스스로의 힘으로 살인범 미군을 한국법정에 세우자는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일고 있다. 무엇보다 소위 '반미정서'가 온국민의 가슴속에 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미군당국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홍근수 향린교회 담임목사·전국민중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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