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무덤을 파는 활동가의 타락, 뼈를 깎는 자성과 혁신 없이 희망은 없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강호동 사무국장이 노조 창립기념품 납품업자로부터 5천 4백만원을 받아 구속된 사건은 일파만파로 울산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강호동 사무국장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 사람이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는 크고 작은 부정부패를 일상사로 벌여대는 어용 집행부의 간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억압적인 노무관리가 몇 년 동안 지속되면서 현대중공업의 현장조직력이 거의 무너져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현대중공업은 2만명의 조합원 가운데 회사의 강제서명을 거부하거나 파업 투쟁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불과 수백명을 넘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 어려운 조건에서도 민주노조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채 꿋꿋하게 골리앗의 후예로서 싸워왔던 민주 활동가들의 조직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적인 조직이 바로 ‘전진하는 노동자회’(전노회)였다.
그렇게 현대중공업 민주노조의 정통성을 계승해 온 전노회가 배출한 집행부의 사무국장인 그가 이렇게 결정적인 도덕적 타락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사건이 안겨주는 충격파는 실로 엄청난 것이 아닐 수 없다.

당장 큰 문제는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맞닥뜨려야 할 시련의 세월이다. 이미 극도로 열악해져 있는 현장조직력을 감안할 때, 이번 사건이 몰고 올 회오리와 파장을 뚫고 민주노조의 희망을 지켜낸다는 것은 혹독한 고통을 피할 수 없는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비록 현장조직력이 극도로 취약해진 상태이긴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울산과 전국의 민주노조운동에서 차지해 왔던 그간의 위상을 놓고 본다면, 도덕성 문제로부터 야기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위기는 동시에 울산과 전국의 민주노조운동이 맞이한 위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우리는 이번 사건이 갖는 의미와 교훈을 철저히 파헤치고 그 극복의 과제를 우리 모두의 것으로 가져가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운동에 절대절명의 위기를 몰고 온 활동가의 도덕적 타락의 원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개인의 도덕적 문제이지만, 동시에 어느덧 안일함과 타성에 젖어버린 운동 전반의 문제로부터 야기된 것임을 결코 놓칠 수 없다.
안일함과 타성에 젖어버린 운동 전반의 풍토를 혁신하지 않는다면, 운동 자체가 몰락할 정도의 위기 앞에 놓여 있음을 경고하는 사건인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활동가 전반의 도덕성이 의심받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대다수의 활동가들이 숱한 희생을 무릅쓰고 대중을 위해 헌신해 온 점을 생각하면 이것은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여진 엄중한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차제에 활동가들 스스로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어느 사업장인가,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떠나서 노조간부나 활동가로서 자그마한 특혜·금품·접대 같은 것들부터 결코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기풍과 규율을 다시 세워내야 한다.

활동가의 도덕적 타락은 운동에 절망의 무덤을 파는 것이다. 안일함과 타성을 용납하지 않는 치열한 점검과 뼈를 깎는 혁신으로 다시 일어설 때에만, 몰락의 암운이 엿보이는 운동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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