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울산본부 일신교통 분회장 김재덕
“조합원들이 지금까지 믿고 따라준 만큼 그 책임을 다하여 배신하지 않고 조합원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7월 19일, 파업투쟁 57일을 맞은 일신교통을 찾았다. 조합원들은 파업교육을 마치고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거나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은 이제 장기간 파업을 통해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때문에 오후 집회를 걱정하고 있는 김재덕 분회장을 만났다.
김재덕 분회장은 큰 눈에, 옆으로 빗어 넘긴 머리가 한 눈에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 뒤에 57일간 파업투쟁을 이끌어 온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
▷ 김재덕 분회장님의 개인 이력을 듣고 싶습니다.
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 때 DJ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꽤 낭만적이었죠.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서 좀 더 나은 돈벌이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배운 기술이라고는 운전 밖에 없어서 택시운전을 하게 되었죠.
택시운전을 하면서 처음 3년간은 일만 했죠. 하지만 일만 하면서도 택시 운전사의 처지에 많은 비애를 느꼈습니다.
집에 변변한 월급봉투 한번 제대로 가져다주지 못하고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대출을 받으려 해도 연봉 600만원이 되지 못해서 은행대출을 거절당했습니다.
그러다가 97년 5월에 택시도 민주노총에 가입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임 위원장님 영향이 컸죠.
제가 위원장을 하게 되면서 민주노조운동을 직접 느끼게 되었고 교육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민주택시에서 교육을 가장 잘 받는 위원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서는 힘있는 투쟁을 만들어 나가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파업 중에도 파업교육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투쟁은 어떻게 진행되었습니까?
우리는 택시업계의 부조리에 대항해서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받는 불평등한 대우가 결국 택시업계의 부조리한 관행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우리는 자식이나 친척들에게 택시운전을 한다는 것을 떳떳하게 말하지 못합니다. 사회에서는 인간대접도 못받지만 가정에서조차 부끄러운 아버지가 될 수 없어 마지막 수단으로 파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택시운전사가 파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조합원들에게 투쟁을 얘기하면 빨갱이로 몰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합원을 설득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조합원을 한 명씩 만나가며 설득했습니다.
그런 노력으로 지금까지 한 명의 이탈 없이 전 조합원이 똘똘 뭉쳐서 파업을 사수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우리를 상대도 하지 않던 사측이 12차 교섭을 거치면서 일단 월급제의 정당성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12차 교섭 후 다시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 투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입니까?
조합원들의 의견차이가 심각할 때 가장 힘들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이겨내는 것이 파업투쟁의 성패를 가늠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어려움을 모든 조합원과 함께 이야기하며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조합원들이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전체의 의견으로 모아나갈 수 있었습니다.
▷ 택시노조에서 주장하고 있는 핵심 현안은 무엇입니까?
과속, 불친절, 승차거부 등이 시민들이 호소하는 택시의 문제점입니다.
하지만 사업주는 이 책임을 운전사에게 전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택시 사업주는 이것을 마치 택시기사의 인격적 문제로 치부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사납금 제도에 있습니다.
이 제도의 부당성은 국회에서도 인정한 바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94년도에 사납금 제도의 부당성을 인정하고 전액관리제를 입법했습니다.
전액관리제란 완전한 월급제로 가기 전 과도기적인 제도입니다. 하지만 사업주는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납금 제도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사납금 제도는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고용악법으로, 이번 투쟁을 통해서 사납금 제도를 반드시 철폐시킬 것입니다.
▷ 일신교통이 57일간 파업을 사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노동조합에서 민주적인 의사수렴의 과정은 가장 핵심적인 것입니다. 조합원들은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결국 자기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함께 투쟁하는 동지들을 서로 위해주는 마음입니다. 그것이 현재 일신택시의 파업을 지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긴 파업에 지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승리에 대한 자신감은 변치 않고 있습니다.
▷ 파업투쟁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면 소개해 주시죠?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앞에 나가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는데 파업을 거치면서 많이 변했습니다.
모든 조합원이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평소 성격과는 달리 동지를 위해서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나 말 한마디 없던 조합원이 어느새 파업교육 시간에 열의를 보이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는 파업을 통해 더욱 강한 동지애로 결속되고 있습니다.
▷ 이후 투쟁계획은 무엇입니까?
지금이 중요한 고비라고 생각합니다. 사측이 12차 교섭을 하고 다시 대화를 거절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힘을 빼려는 사측의 수작입니다. 사측은 교섭위원과 조합원에게 서로 다르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조합원들의 힘이 가장 절실한 때입니다. 지금까지는 점잖게 투쟁해 왔지만 투쟁의 수위를 한층 더 높여갈 것입니다. 조합원들이 오히려 더욱 강력한 투쟁을 바라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조합원들에게 한마디 해주시죠?
지금까지 제 말을 믿고 함께 해온 조합원들에게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노동조합이 뭔지 투쟁이 뭔지도 모르던 조합원들이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57일간 투쟁해 온 것은 대단한 것입니다. 파업투쟁을 저 혼자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조합원들이 믿어준 만큼 그 책임을 다하며 배신하지 않고 조합원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말뿐입니다. 우리의 투쟁을 끝까지 지켜서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김재덕 분회장은 조합원들에게 모든 공을 돌리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결국 눈물을 보였다. 순간 57일간의 투쟁이 머리 속을 스쳤을 것이다.
하지만 긴 투쟁과정에도 지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많이 힘들겠지만 분회장으로서 조합원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오후 집회를 준비하는 김재덕 분회장의 모습이 듬직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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