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노조 지축·정비지회, 배일도 위원장 불신임 투쟁 돌입

노조규약·규정·결의사항 ‘무용지물’ ― 위원장의 파행과 독선, 현장의 무력감 “정면 돌파”


7월 18일 현장간부 결의대회에 참석해 불신임 투쟁을 선전하고 있는 지축정비지회 간부들


서울지하철노조 차량지부 지축정비지회가 지난 12일 회의에서 배일도 노조위원장에 대한 불신임 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하고 조직을 ‘위원장 불신임 쟁취를 위한 지축정비 투쟁본부’로 전환했다.
지축정비지회가 위원장 불신임투쟁으로 나서게 된 데에는 이대로 배일도 위원장의 전횡과 독선을 방치하다간 노조가 서울시와 서울지하철공사의 노동자 통제 기구로 전락하고 구조조정이 온전히 관철될 것이라는 절박한 위기감 때문이다.

불참 결의 무시하고 서울모델 수용

최근 노조는 2002년 임단협에서 이른바 ‘서울모델’이 7월 13일 제시한 조정안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모델(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이란 2000년 8월 9일 공식 발족된 지역단위의 사회적 협의기구를 뜻하며, 서울지하철공사·도시철도공사·농수산물공사·도시개발공사·시설관리공단·강남병원 등 서울시투자기관 노사 대표 각 3명, 노사추천 공익위원 각 2명, 서울시 추천 공익위원장 등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과거 한국노총이 주도했던 노·경총 합의나 김영삼 정권 시절의 노개위, 김대중 정권의 노사정위가 그러했듯, 한국사회에서 노사정 협의기구는 산업평화라는 허울아래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모델도 마찬가지다.
13일 조정안은 임금과 관련해 ‘2002년도 임금은 전년도 총액대비 6% 인상하되 자연증가분은(호봉, 근속수당 등) 인상률에 포함’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이것은 ‘02년 인건비 예산은 01년 총인건비의 6.0% 이내에서 증액하여 편성’이라는 행자부의 지침에 충실한 결과다.
그런데 조정안 수용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은 별도로 두고라도 서울모델 참여 자체가 이미 결의사항 위반이다.
2000년 11월 2일 서울지하철노조 13기 6차 대의원대회는 서울모델 불참을 결정했고, 지난 7월 3일 15기 5차 임시대의원대회는 이를 재확인 한 바 있다.
하지만 배일도 위원장은 대의원대회 결의를 무시하고 위원장 권한이라며 서울모델에 참여하더니 조정안까지 수용해버린 것이다.

규약·규정·결의사항 위반, 다반사

배일도 위원장의 규약·규정 및 결의사항 위반은 이 뿐이 아니다.
지난 4월 1일, 쟁의행위 유무는 조합원 총회를 거쳐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배일도 위원장은 독단적으로 월드컵 기간 동안에는 쟁의를 하지 않겠다는 ‘무쟁의 선언’을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자랑스레 밝혔다.
4월 17일엔 한차례 부결되었던 2001년 임단협을 체결하면서 규약상의 교섭위원 연서명 조항을 무시하고 직권조인 했으며, 조합원 총회를 통한 인준 절차도 무시해 버렸다.
현 집행부 임원·부서장에 대한 대의원들의 ‘개별인준’ 요구를 거부하고 ‘일괄인준’을 고집하다 끝내 인준이 안되자 인준절차를 아예 생략한 채 각종 회의 단위 참여와 발언, 결정 그리고 조합비 사용까지 허락하고 있다.
그러나 지축정비지회의 불신임 투쟁이 만만치는 않을 전망이다.
7월 19일 열린 차량지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교섭국면, 현장의 정서, 지부간 상황 등의 이유로 불신임 투쟁 결의가 무산되면서 투쟁 확대 계획이 초반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한편, 배일도 위원장은 99년 위원장에 당선된 후 무쟁의 원칙과 노사협조주의 노선을 주창하며 사실상 구조조정과 노동조건 개악을 수용해 오다 지난 2월 2001년 임단협 잠정안이 부결되면서 규약에 의거 불신임 당했으나, 이어진 선거에서 투표자 대비 52.6%의 지지율로 다시 위원장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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