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성전환자는 약 3만명으로 추산되며, 지금까지 3백여명이 성전환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성전환자 시술 모습.
이지안 mulu@kdlpnews.org
성전환자(트랜스젠더)가 자신의 호적에 기록된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될 예정이어서 보수적인 우리사회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 예상됐던 성전환자의 성별변경에 새로운 길이 열릴 전망이다.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은 지난 6월 2일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마련하고 7월 10일 국회의원 소강당에서 공청회를 개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적어도 이번 회기 내에 법안을 발의하기 위한 바쁜 행보를 내딛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3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성전환자는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성이 아닌 다른 성으로 살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 김홍신 의원은 현재 호적법을 개정해 성별변경을 허가하자는 ‘호적법중 개정법률안’과 특별법을 만들어 성전환자의 성별변경을 허용하자는 ‘성별의 변경에 관한 특례법안’의 두 가지 안을 제안중이다.
이 두 개정안은 모두 만 20세 이상의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사람이 수술을 통해 성별을 바꿀 경우 가정법원이 지정한 전문가로부터 일정한 감정을 받은 뒤 호적에 명시된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했으며 자신의 이름도 이에 맞게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성전환자가 성을 바꾸기 위해서는 미혼이어야 하며 생식능력이 없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두고 있다.
김홍신 의원은 지난 10일 공청회에서 “각종 신분증에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는 우리사회의 특성상 성전환자들은 결혼, 취업, 재산권 행사 등에서 일상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성전환자들이 겪는 불편을 하루 빨리 덜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법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인권·시민단체 등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기독교계만이 명시적 반대의사를 밝혔을 뿐 인권·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성전환자의 호적변경이 헌법 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도 부합된다고 진단한다.
외국의 경우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유럽국가의 경우도 일찍이 성전환자의 성별변경을 법제화시켰으며, 이미 1950년대부터 성전환자 문제가 공론화된 미국 역시 15개주에서 출생기록을 변경할 수 있도록 호적정정을 허용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성전환자를 차별하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의 기본권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성전환자의 호적변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성형외과학회는 “성의 결정은 성염색체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고, 대한변협과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시기상조를 이유로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부산지법 가정지원은 지난 3일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윤아무개 씨가 낸 호적변경 신청에 대해 성전환자의 헌법상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려 성전환자의 호적변경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후천적 요인으로 호적상 성별정정을 허가한 사례는 모두 4건이 있으나 이는 대부분 성염색체 이상 등 생물학적 요인에 따른 결정으로 심리적 요인인 성전환증 환자에 대한 성별정정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
관련법률이 없다는 이유로 성전환자의 호적변경은 소송을 통해서만 가능한 상황에서 이같은 판결은 성적소수자들도 일반인과 같은 정상적인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 97호] 7.22 ~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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