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에 붕어 없고 법원에 법 없다

최초 대법원 내 파업 단행 법조타운지부, 법원 상대로 사태해결 촉구


‘법조타운지부’. 얼핏 보면 노동조합 지부의 이름 치고 거창하기까지 하다. 법조타운이라면 ‘영감’이라 불리는 판검사들이 근무를 하는 곳인데, 그런 곳에도 노동조합이 있나? 물론 판검사는 노조를 만들 수가 없다. 특정직 공무원이니까. 아니, 만들 수는 있겠지만 합법성을 보장 받진 못할 것이다. 아직 현행 법에서 공무원노동조합을 허용하지 않으니까.

이 법조타운지부의 조합원들은 대법원 고등법원 지하에서, 보기만 해도 높고 웅장한 법원 건물을 관리하는 시설관리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이 나라 사법기관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이 녹녹치가 않다. 법원에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왔다고 출입을 저지당하는가 하면 지난 6월28일에는 ‘법원 안에서 집회(파업출정식)를 했다’는 이유로 노조 간부 3명이 강제 연행당하기도 했다.

경찰 측은 조합원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현행범’이라며 영장도 사전 통보도 없이 노조 간부들을 경찰 차에 태웠다. 합법적인 쟁의 조정과정을 거친 노동자의 파업이 집시법에 의해 위법적인 그 무엇이 되는 순간이었다. 바로 쟁의행위의 장소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사법기구인 '대법원' 앞마당이었기 때문이다.

명호개발, 백날 교섭해야 진전은 없고

대법원과 고등법원에서 시설관리직이 하는 일은 법원 내 전기, 기계, 영선(건축), 통신, 방제 등의 시설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4월26일, 평균 80만원도 안 되는 낮은 임금에 대한 인상을 요구하면서 노동조합을 조직했다.

그 동안 ‘감시 단속적 근로’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십년 가까이 장기근속을 해도 급여가 오르는 일도 없었다. 엄연히 한 직종에 전일제로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로서 월 80만원의 임금으로는 가정을 꾸려갈 수도 없었다. 노조의 요구도 처음엔 임금인상 뿐이었다. 노조의 명칭도 소속 용역회사의 이름을 딴 ‘명호종합기술개발지부’였다.

그러나 명호개발쪽은 노조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고 노조 활동으로 인해 대법원과의 계약해지를 두려워한 나머지 노조활동을 막는데만 급급했다. 10여 차례 교섭이 진행됐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형식상의 교섭일 뿐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명호개발은 노조 간부 2명을 연고지가 아닌 대전으로 발령하는가 하면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는 노조 최대엽 지부장에게 ‘신원상의 문제가 있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최 지부장은 “이미 사면복권이 된 과거의 혐의가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라며 반발했다. “입사 전 이미 신원조회 과정을 거쳤고 정상적으로 법원 출입증이 나왔는데 이제 와서 과거의 노동단체 활동 경력과 국보법 위반혐의를 들추는 것은 노조를 탄압하려는 목적으로 법원이 개입한 의혹이 짙다”는 것이다.

이러한 최 지부장의 ‘출근투쟁’ 6일 만에 회사는 계약해지를 철회했다. 이는 노조가 소속 용역회사인 ‘명호개발’을 뛰어넘어, 노동자들의 정당한 단결권을 탄압하고 법원 스스로가 사면복권한 사안을 문제시한 행태에 대해 ‘법원을 상대로’ 정면으로 대항한 결과였다.

법원은 노조탄압을 묵인, 혹은 지지한다?

노조는 법원 내 파업출정식을 호되게(?) 치룬 이후 지난 8일부터는 부분파업으로 전환하여 한 달 가까이 파업을 진행 중이다. 시설관리직은 통상적으로 24시간 맞교대 형태로 근무하는데 야간 근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5일, 노조는 법원 앞에서 '생활임금 쟁취와 불안정고용 철폐'를 위한 규탄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시설관리노동자들이 간접고용의 형태로 존재하면서 도급회사의 중간 임금착취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음을 호소하며,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알려내고 개선하기 위해 시설노조 최초로 장기파업을 하고 있는 의미를 설명했다.

용역회사가 원청으로부터 받는 임금지급액이 노동자들의 손에 쥐어질 때는 터무니없이 줄어들고, 이 때문에 생활조차 되지 않는 임금을 ‘먹고 살 만큼만’ 올려달라는 것이 노조를 결성하는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소박한 요구조건이다. 그러면 어김없이 ‘원청이 계약해지를 하려고 할 테니까 실업자가 될 것이다’라는 용역회사쪽의 협박으로 되돌아오고, 결국 움츠러들고 마는 것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지난 26일에 있었던 제17차 단체교섭에서는 그 동안 아무런 안도 내놓지 않던 회사가 처음으로 교섭안을 들고 왔다. 그러나 법원이 용역계약 만료 시점인 올 12월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교섭을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달 법원 내 파업 출정식 이후 법원에서는 용역업체 변경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부이름을 ‘법조타운지부’로 변경한 것은 조직대상을 특정 용역업체가 아닌 해당 사업장으로 전환해서 조직범위를 넓히고, 용역해지 이후 고용승계 대책을 마련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노조는 비록 법원과 직접적인 교섭을 하지는 못하지만 법원 내 출근시간 선전전과 피켓팅으로 법원이 사태 해결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최대엽 지부장은 “고용불안과 노조탄압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실상의 노무권한을 쥐고 있는 원청인 법원을 상대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월급 80만원을 받으면서 '영감'님들의 쾌적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음지에서 일하는 서초동 법조타운의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대법원, 고등법원을 상대로 어떻게 자신들의 고용안정과 생활임금을 확보해 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경란 기자 eggs95@kcw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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