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유지대에 나선 캡스노동자들 "캡스 캡(cap)이죠?"

오진아 dodani@kdlpnews.org
검은 선그라스에 제복차림. 빨간 티셔츠를 입고 무전기에 연결된 이어폰을 꽂고 서 있는 폼이 영락없이 해병대를 연상시킨다.(사진) 그런데 좀 수상하다. 단결투쟁? 빨간 모자 위로 질끈 동여맨 머리띠에는 분명 그렇게 새겨져 있었다.

지난 18일 강남노동사무소 앞. 이날 민주노총 서울본부 주최로 열린 파업사업장 결의대회에는 5백여명의 노동자들이 참가, 인도를 꽉 채우고도 모자라 1차선 도로를 점거하다시피 하자 캡스 노동자 10여명이 1차선 도로에 나와 차량을 통제하면서 안전요원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

이날 안전요원 임무에 나선 캡스노조의 이정구(26) 조합원은 “노조에서 파업을 하면서는 ‘규찰대’ 역할을 했는데 요즘엔 다른 노조들과 연대집회를 자주 하다보니 사고위험을 막기 위해 우리 스스로 질서유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캡스 노동자들은 전원 유단자들이고 특전사, 해병대 출신이 많다. 육군 수색대 출신의 이씨 역시 검도, 합기도, 태권도를 합쳐 5단이다.

삼성 에스원과 더불어 국내 무인경비업체로 유명한 캡스는 미국 다국적기업인 타이코가 지난 99년 캡스의 전신인 보안공사를 인수합병하면서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빠른 속도로 성장한 기업.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월 2백95시간이라는 장시간 노동에도 야근수당, 휴일수당 한번 받아보지 못한 채 일방적인 인사발령 등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현 김동욱 위원장을 중심으로 18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기존 어용노조를 해산하고 새로이 노조를 결성했으며 현재 조합원수는 1천1백명이다. 노조는 올 4월부터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노사 교섭을 벌여왔으나 노조를 인정하려들지 않는 회사측의 불성실한 태도로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지난 6월 3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의 파업끝에 노사가 단체협약안에 잠정합의했지만 회사는 노조가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한지 하루만에 단체협약 가운데 10개 조항에 대해 합의를 번복하고 나왔다. 노조가 지난 3일부터 재파업에 들어간 이유도 이 때문이다.

“평소에는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졌다면 파업기간 동안에는 함께 싸우는 동지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캡스 노동자들. 오늘 집회장에서 검은 선그라스에 빨간 모자를 쓴 질서유지대를 만난다면 연대의 악수를 청해보자.
[ 97호] 7.22 ~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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