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비리 수사 본격화
구조적 관행 쇄신통해 거듭나는 계기로
온 나라가 연예인과 기획사 방송사를 둘러싼 잡음으로 떠들썩하다. 연예인 PR비로부터 출발한 이번 사태는 공정위가 기획사-연예인 간의 노예계약, 업체ㆍ업계 단체간의 담합에 대해 제재조치를 가하고, 기획사 내의 경영비리를 넘어 조직폭력배와의 연관성까지 수사대상에 올라 연예계 내 비리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7월 11일 서울지검이 가요순위프로그램 출연을 명목으로 신인가수의 매니저로부터 거액의 PR비를 제공받은 공중파방송의 전 PD 황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시작으로 방송사의 임원과 대표들의 소환이 줄을 이었다.
24일에는 SM엔터테인먼트 대주주 이수만씨와 이 회사 대표 김경욱씨가 유상증자 과정에서 공금 11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을 포착, 김씨를 긴급 체포하기에 이르렀으며, 28일에는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PD와 스포츠지 기자 20여명을 본격 소환키로 결정하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지난 3월부터 4개월 동안 연예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온 공정거래위원회도 28일 연예계 불공정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의 보고는 가요, 연기, 영화 등 전 영역에 걸쳐 연예인들이 불공정 계약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방송사에 PR비를 제공하기 위해 경영비리를 저지르면서까지 비자금을 챙겨오던 기획사들이 소속 연예인들에게는 '노예계약'을 강요해 온 것이다. 기획사들간의 담합행위도 함께 제재조치를 당했다.
이처럼 대형기획사들이 가수와 연기자들을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한 상황에서 눈앞에 이익에 급급해 각종 공중파에 무분별하게 출연시켜 부실한 활동을 양산한 것과 이를 통해 조성된 자금을 대중음악과 대중문화 전반의 발전을 위해 재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PR비로 뿌려댄 것은 결국 우리 대중문화 전반의 질적 저하로 나타났다. 이 같은 악순환은 실력은 있지만 PR비를 낼 수 없는 대중음악인들의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 출연 기회 감소 등으로 인해 대중음악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중음악은 10대 위주의 댄스가요로 완전히 판이 굳어졌고, 각종 쇼프로의 출현은 연예인들의 전반적인 '개그맨화'를 불러왔다. 그 과정에서 과도한 스케줄을 강요당한 연예인들의 인권문제와 함께, 겹치기 출연을 그대로 감내해야 하는 시청자들에 대한 폭력문제도 불거져 나왔다.
대중음악개혁을위한연대모임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연예계 비리 문제와 관련하여 여러 차례 연대 성명을 제출하고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피알비의 구조적인 실체를 완전히 밝힐 것'
'음악프로그램을 포함한 연예프로그램 출연진의 캐스팅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 등의 요구사항을 제시한 바 있다. 이제 여기서 더 나아가 대개련 등이 꾸준히 진행해 왔던 가요순위프로그램의 폐지와 유통거래의 투명화 및 저작권 문제의 조정 등 음반시장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방안들을 생각하는 동시에 방송사와 기획사의 권력구조 개선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대중예술은 순수예술과는 구별되는 나름대로의 문법과 존재이유를 가진다. 시대를 읽고 감지하는 눈을 가진 '통속성의 미학'은 대중을 위로하고 감싸안는 특별한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와 같이 연예계가 각종 비리와 불법적인 관행으로 얼룩져 있다면 매스 미디어를 그 핵으로 삼는 대중예술의 속성상 건전한 대중문화의 생산은 멀어져만 갈 것이다. 이번 연예계 비리의 수술이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구조적 비리의 척결로 이어져 가요계 및 방송·연예계가 총체적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일일문화정책동향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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