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다. 영화산업 처지에서 보자면 대목이면서 블록버스터의 계절이다. 세상을 노동자의 시각으로, 아니면 조금이라도 보수와는 다른 시각으로 보려는 영화들을 뒤로 한 채 올해도 어김없이 블록버스터들은 극장 수백 곳을 점령하는 것이다. <맨인블랙 2>는 그 가운데서도 이른바 속편전략의 하나로 만든 에스에프영화다.
<배트맨>, <스타워즈>, <리쎌웨폰> 등 나름대로 '상업영화의 전통'을 만들어놓은
작품들의 공통점은 모두 속편 제작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이 속편들은 이윤추구에 여념이 없는 자본주의 영상산업의 독특한 성격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있다. 영화, 또는 이른바 영상컨텐츠는 한번 판매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다른 공간에서 또다시 판매되며 이윤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다른 상품과 구분된다. 영화들은 언제나 극장에서 개봉하면 비디오로 출시되고, 유료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 뒤 공중파 방송까지 타게 되는데, 그 때마다 상품은 변화가 없이 포장 형태와 판매시기만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 재판매를 가능케 하는 유력한 무기는 물론 복제를 철저히 막는 지적재산권이다.
속편은 이런 영상컨텐츠의 일반적 성격에 더해 불안정한 시장, 귀신도 알 수 없다는 흥행성적에 최소한의 안정장치를 마련하려는 노력의 하나다. 오리지널이 보여준 위력에 대한 관객의 기억은 오리지널을 넘어서는 재미를 주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마치 메이커 옷을 사듯 평균 이상의 신뢰를 깔아준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맨인블랙 2>도 이 시스템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편 <맨인블랙>의 분위기와 등장인물은 그대로 이어진다. 지구 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앞에 놓고 J(윌 스미스)와 K(토미 리 존스)가 다시 합쳐 세상을 구원하지만 이 '세상'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저 광대한 우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식상함을 피하기 위한 장치도 여기저기 깔려 있다. 특수효과 기술이 발전한 덕택에 스펙터클은 더욱 실감나고, 전편(1997년)이 나온 지 5년이 흐른 탓인지 이제 외계인 괴물은 '섹시한 미녀'로 바뀌어 있다. 전편에 가장 열광했던 12세 전후 소년소녀는 이성에 관심이 많은 10대후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맨인블랙2>는 이렇듯 기괴한 외계인들을 양념으로 지구를 지키는 비밀첩보원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X파일을 패러디했던 전편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하며, 단순한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끌고 가며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그 사소한 변화와 기교의 중심에는 모든 여름 블록버스터들의 공통점이라 할 한 가지 이데올로기만큼은 의연히 버티고 서있다. 세상은 곧 미국이고, 외계 즉 미국이 아닌 세상은 구원 또는 박멸의 대상이라는 단순무식한 명제 말이다. 자본의 세계화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끝없이 용솟음쳐도 후기자본주의의 이 진부한 공식에는 자기반성이 없으니, 정말 재미있게(!) 이 정신나간 세상을 패러디하는 영화로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세상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다.
김명준(노동자뉴스제작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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