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돋보기] 언론사주 똑닮은 '주5일' 논조

사주를 똑닮은 '주5일' 논조 사안 따라 '갈지자걸음'도

월드컵이 막바지로 치닫던 6월27일, 구속노동자 석방과 공무원노조 인정을 촉구하는 국제공동행동이 50여개 국에서 동시에 벌어졌지만, 국내언론은 외면했다. 한겨레조차 2면 사진기사로 그쳤고 그나마 국내행사인 듯 내보냈다. KBS와 MBC는 하필 9시뉴스에 월드컵에 가리운 파업을 다루느라 이 중요한 국제공동행동을 빼먹었다.

월드컵도 끝나고 사건도 많았던 탓에 6월말∼7월의 노동관련 보도는 꽤 많았다. 한달 동안 월드컵에만 정신을 판 게 머쓱했던지 저마다 앞다퉈 파업을 다뤘지만 대다수는 단발성 기사였다. 반면 한겨레는 19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기획물 <장기파업 현장을 가다>를 내보냈고, 별도 지면에서는 병원·택시·대학강사·공무원노조 등 투쟁중인 노조 대표자들 인터뷰 기사를 연속으로 실었으며, 사설에서도 끈질기게 다뤄나갔다.

MBC는 7월10일 저녁프로 화제집중 '월드컵에 가려진 6월'을 내보냈으며, KBS는 7월3일 9시 '병원·택시파업 장기화, 해결책 못 찾아'에 이어 중순부터는 추적60분 촬영에 들어갔다.

월드컵 끝난 뒤 노동에 관심 보냈으나

7월9일 경제5단체장이 모여 '불법파업 엄정대처'를 촉구했다. '월드컵 끝나고 파업하라'던 재계가 월드컵이 끝나자 말을 바꿔 파업이 '경제4강'을 위협한다고 강경대응하라고 나선 것이다. 매일경제는 그 전부터 이를 읽기라도 한 듯 '두산중공업 파업손실 눈덩이'(6.25) '르포-두산중공업 파업'(6.26)

'노사분규 97년보다 심각'(7.3) '고객 울리는 기아차 파업'(7.9)을 다뤘다. 하지만 두산중공업 사태가 한 고비 넘긴 데다 대부분 합법파업에 노동부까지도 쟁의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반박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중앙은 1면 머리기사로 모든 파업이 불법인 듯 분칠하려 했고, SBS와 KBS도 재계주장을 중심으로 뉴스를 내보냈다.

대다수 신문은 가압류 손해배상 소송이 1,300억을 넘었다는 민주노총 발표를 '신종 노동탄압'이라며 관심 있게 다뤘다. 파업 40일을 넘긴 '인천택시에서 사용주들이 5천만원씩 거둬 노조 요구를 끝까지 거부하는 회사에 몰아주기로 했다'는 민주노총 발표도 대다수 신문이 다뤘는데 방송은 KBS가 밤11시 뉴스라인으로 무게 있게 다뤘다. 정부가 '외국인력제도 개선'안을 발표하자 언론은 이 문제를 크게 다루면서 '산업연수생제도 확대에 반대한다'는 노동계와 이주노동자들의 반응을 반영했다. 한겨레, 경향, 한국 등은 산업연수생제도 대신 노동허가제나 고용허가제 도입을 촉구하는 사설을 내보냈다.

눈여겨볼 만한 '나홀로 보도'도 여러 건 나왔다. 중앙은 7월13일 1면 머리기사와 3면을 털어 근골격계질환 문제를 조목조목 다룬 '산업현장 신종산재 비상'을 내보냈다.

매일경제는 7월10일자로 보험 증권 등 제2금융권의 주5일근무 도입 요구를 무게 있게 다뤘으며, 경향은 한국노총 간부들의 출세주의를 꼬집었고(노총 부적절한 감투 욕심. 7.9), 한겨레는 지원자가 없는 국회 환경노동위를 해부했다('찬밥' 신세된 국회 환경노동위 7.19).

반면 몇 년 전부터 신기루 같은 '제3노총'에 집착해온 동아는 7월8일 난데없이 '공공노조 제3노총 설립 가시화'를 실어 어리둥절케 했다. 대한매일은 7월6일자 한국노총 금융노조 이용득 위원장 인터뷰에서 '양대노총 지도부가 금강산에서 통합에 원칙적 동의를 이뤘다'고 크게 다뤘으나 덕담차원에서 오간 얘기를 기정사실로 확정 보도한 것이었다. 7월19일 매일경제와 동아는 기아차 단협 타결내용을 노조의 경영권 침해로 몰았으나 '바늘을 몽둥이로 부풀려' 노조 경영참여의 순기능을 매도한 질 낮은 보도였다.

계급성향 따라 색깔 드러내

은행권 주5일근무 시작(7.1)까지 겹쳐 흘러 넘치던 주5일제 관련 기사는 7월22일 노사정위 합의가 최종 결렬되자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재벌신문들은 일제히 주5일을 정부가 서둘러 밀어붙이지 말라며 재계 주장을 담은 사설을 내보냈다. '주5일' 정부가 밀어부쳐서야(조선) '주5일근무제 서둘 일 아니다'(매일경제) '주5일근무 획일 강행 안돼'(중앙) '주5일제 왜 정부가 서두나'(국민) '주5일근무 서둘 것 없다'(문화). 경향과 동아가 '끝내 결렬된 주5일제 협상'(경향)에 안타까움을 보내고, '사업장별 주5일근무 걱정된다'(동아)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속에, 한겨레만이 보수언론의 시기상조론에 편승한 이회창 후보를 비판하고 "노동계의 전폭적 지지를 얻어 법제화에 최선을 다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종반전으로 치닫는 주5일제 보도는 언론사주의 계급성향에 따라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고 이런 태도는 12월 대선까지 계속될 것이다.

손낙구 |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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