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다양성』과 『미인대회』, 그 이론과 실제에 관하여



지난 18일 국가인권위원회 회의실에서 '미인대회를 통해서 본 지역축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첫 번째 발제는 '지역축제와 미인대회'로 전국의 00아가씨 선발대회 현황을 표로 열거한 후 문제점으로 1)여성의 몸의 상품화 2)예산의 낭비 3)축제의 의미에 맞는가 등을 열거하고, 지역축제의 볼거리로써 기존의 관행대로 진행되는 미인대회는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두 번째 발제는 '아가씨 선발대회, 지역축제의 꽃인가'로, 70년 역사를 지닌 <춘향이 선발대회>가 아가씨 선발대회의 효시라는 분석과 함께, 또 다른 미인대회, <안티 미스코리아>를 예로 들며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환상을 만들어 내면서 또는 이미 존재하는 환상을 대체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면서 환상을 선취하는 사례라고 지적하였다. '아가씨 선발대회'는 없어져야 하는가를 반문하면서 지역축제의 꽃인 '아가씨 선발대회'가 시민들을 수동적인 대상으로 설정하지 않고, 대회참가자들과 구경꾼들의 다중적인 이야기를 꾸미게 된다면, 그리하여 꽃의 형태만 이야기하지 않고 꽃에 얽힌 경험, 보이지 않는 꽃의 향기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이 계획된 공간 안에 은유적이고 움직이는 공동의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아래 글은 위의 두 발제를 듣고 토론자로 참석했던 필자가 발제한 내용 일부에 몇 가지 단상을 덧붙여 정리해본 것이다.

필자는 이 토론회 제목에 대해 계속 고민하였다. 왜냐면 현재 우리나라의 천 여 개가 넘는 지역축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중요한 순서로 열거하라면 1) 축제 참가자의 자발성 고취 2) 다른 지역축제와의 차별화 및 고유한 독자성의 확보 3) 민-관 네트워크의 전형 창출 및 지속성 강화 등을 들 수 있는데, 지역축제에 포함되는 프로그램으로서의 중요성이나 예산규모 등에서 볼 때, 미인대회는 지역축제 문제점 일반에 끼일만한 사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제목과 같은 이 토론회가 열린 것이라면 다른 각도로 이 문제를 봐야 할 것 같다. (결국 이 날 토론장에는 '지역축제의 문제점'과 '미인대회의 문제점'이 서로 엉켜 붙어 떠돌아다녔다)

각설하고, 많은 사람들이 미인대회의 극복된 상의 하나로 '안티 미스코리아대회'를 거론하지만 사실 그건 또 다른 미인대회이다. 미인에 대한 개념을 다르게 적용한 미인대회 아닌가? 그렇다면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할 때, 왜곡된 지금의 미인대회가 아닌 잘 정돈된 미인대회가 갖은 의미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가능성을 모색하고 그를 위한 실험적 시도에 대한 의견도 제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현재 잘못 운영되고 있는) '미인대회'의 문제에 대한 공감만으로 폐기처분에 극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단 하나의 시각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타고난 신체의 아름다움을 '현재적 의미의 아름다움'의 기준에 맞춰 선발하는 것도 그 나름의 사회적 의미와 상징의 문화적 가치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인간은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평가도 가능할 수 있기에, 영(靈)·육(肉)의 아름다운 조화에 대해 찬양할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정말 그렇게 아름다운 미인을 볼 수 있다면 성별을 떠나서 보고 즐기며 감동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토록 인간다운 즐거움이 왜 죄악시되어야만 하는가. 성(性)을 상품화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본주의 체제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 차라리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인간 관계 조차도 이미 상품화에 성공한 자본주의를 말이다. 좀 다른 시각의 사례이지만, 자본주의 시장에서조차도 무차별 다중에게 판매하기 위하여 '범용성(汎用性)'이 본질인 상품이 있다면, 매우 의도적으로 '돈이 있다고 해서 아무에게나 판매하지 않는 롤스로이스 자동차'와 같은 상품도 있다. 표현의 자유를 놓고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논하는 것이 어렵듯이, '미'의 기준을 두고 상대적 아름다움과 절대적 아름다움을 함께 또는 각각 정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안티 미스코리아대회'를 미인대회의 대안처럼 말하며 그런 다수가 합의하는 수준의 아름다움이 존중받을 수 있듯이, 영육(靈肉)이 조화된 절대적 순도의 아름다움에 대해 끝없이 추구하고 상징화하기 위해 현재에서 찾아보는 노력의 일환인 미인대회가 추구하는 아름다움도 함께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편으론 문화적 종의 다양성에 대해 역설하면서 우리 인식 상의 다양한 견해에 대해서는 너무 한쪽 방향의 시선으로만 고정하도록 강제되고 있는 것이 요즈음의 시류일 수도 있다. 그러한 노파심을 가능한 현실로 볼 수 있게 하는 관성화 된 인식의 예를 보자. 흔히 음악 또는 미술, 건축설계 등 유수한 경연대회에서 우리들은 다수의 심사위원이 합동으로 심사하는 것이 마치 가장 올바른 검증절차로 인식하고 있다. 문화적 가치 또는 예술적 순도를 다수의 의견이나 합의로만 확보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거나 오히려 아무도 책임질 수 없기에 만들어진 다중합의제도일지도 모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연대회에서는 오히려 단 1명의 유일한 세계적 권위자로서의 심사위원장이 대상을 선정하는 경향도 있음을 상기하자.

지역축제 프로그램으로서 '미인대회의 개선방향'은, '무조건 폐지'라는 주장이 주류이긴 하나 현실적 설득력이 부족하고 대안일 수도 없다. 자본주의 시장구조에서 파생된 미인대회를 통해 독점적 이익을 차지하는 현실이 존재하는 한, 미인대회는 외피를 바꿔가며 존속될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인 개입으로 '미'에 대한 다양한 가치기준으로 '미남 또는 미녀'(미인)를 선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바람직한 미인대회의 사례를 공모하여 포상하면서 사례화하고 일반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에서 주장한 문화적 다양성의 관점을 유지하며 '미인대회'의 프로그램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외국의 미스00대회 등이 공적 기금을 모집하는 매우 수준 높은 'Fundraising Party'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곳도 많으며, 미스아메리카대회는 그 사업의 수익금을 바탕으로 여성만을 위한 세계 최대의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매년 100만 불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김보성(다움연구소 부소장, 문화연대 상집위원) mehkbs@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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