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청구를 이용해 헌법상의 권리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참해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집회를 이유로 한 손배소송은 판결에 따라 집회개최를 사실상 봉쇄할 우려도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또한 불법파업 딱지를 붙여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가압류'와 함께 '신종 노동운동 탄압'으로 자리잡을 여지도 있어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 현황 7월 현재 민주노총이 '피고'로서 진행 중인 집회·시위 관련 손배소송은 모두 9건. 이 가운데 4건은 이미 1심 판결이 났다. 이를 사건별로 살펴보면 △여의도 문화공원 집회에 대한 공원 자전거 대여업자들의 제소(2001. 11.) △민중대회에서 벌어진 충돌로 시력을 잃은 전경의 제소(2001. 12.) △대우차 관련 집회에서 일어난 충돌로 시력을 잃은 전경의 제소(2001. 4.) △효성파업 집회 중 보도블록 파손 등에 대한 울산시의 제소(2001. 6.) △집회충돌에 따른 울산 전경 실명 소송(2001. 6.) 등이 있다.
이밖에 △평화시위요구 현수막을 탈취당했다는 전직공무원의 제소(2001. 5.) △노동자대회 충돌에 따른 파손차량 보험업자(삼성화재)의 보험금 구상청구 소(2001. 11.) △집회 도중 성명불상의 참가자가 도로 광고탑을 불태운 데 대해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제기한 손배소송(2001. 6.) △민중대회 공방 중 돌에 맞아 부상한 전경의 손배소송(2001. 3.) 등은 1심 판결이 났다. 법원은 '현수막 사건'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의 책임 없음을 선고했지만, 나머지 세 건에 대해서는 각각 1천4백여만원(광고탑)과 1백20여만원(삼성화재), 2백만원(부상 전경)의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또 여의도공원쪽이 2001년 노동절집회와 올 2월 연대파업 노동자대회 집회 때 민주노총이 설치한 가설무대에 대해 '도시공원법 8조가 규정한 불법구조물'이라며 경찰에 고발한 사건은 수사 중이다.
◇문제점 무엇보다 '집회 도중 일어난 불상사에 대한 주최자(단체)의 책임여부'가 문제다. 민주노총 법률원 김영기 변호사는 "피해를 입힌 당사자에게 손해배상을 묻는 것은 인정된다 하더라도, 집회주최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는 사실상 집회를 원천봉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집회에 참가한 수만명 개개인을 통제할 수도 없을 뿐더러 우발적이고 개인적인 가해행위를 민주노총이 책임질 경우 '과실 책임주의'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이다.
또한 제소된 집회에는 민주노총 조합원말고도 학생, 농민, 빈민 등 각계각층이 참가해 '민주노총을 특정해 문제삼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특히 9건 중 5건을 법무부 산하 법률구조공단이 맡고 있고, 지난해 검·경이 '시위에 대한 피해조사 등 법적 대응 강화' 방침을 밝힌 바 있어 이같은 의혹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더구나 경찰 수사 중인 '여의도공원 무대설치'의 경우 하위법인 도시공원법 규정을 빌미로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가 유린당할 지경이다.
◇대책 '광고탑 사건' 판결로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민주노총 권두섭 법규차장(변호사)은 "집시법의 과도한 규제조항 때문에 생기지 않아도 될 불상사가 양산되고 있다"면서 "법원이 처벌위주의 판단에서 벗어나 경찰의 과도한 대응 등을 예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규제와 제한 일색의 현행 집시법이 시위대와 경찰간의 마찰을 부채질하고, 이를 빌미로 집회의 자유를 가로막으려는 검·경의 의도에 법원이 맞장구를 쳐주고 있다는 것이다. 권 차장은 "집회는 절박한 처지의 노동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최후의 수단"이라면서 "집시법 불복종 운동 등을 통해 외국 수준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받을 때 이같은 불상사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철 keeprun@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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