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 개방 평가, 종합적이고 신중하게
1998년 처음으로 일본대중문화의 개방이 시행되기 전까지 일본문화 개방이라는 주제는 우리를 은근히 주눅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이 맹목적 민족주의에서 비롯된 반대와 이국 문화에 대한 동경에서 나온 무조건적 열광이라는 양 극단 사이의 어떠한 스펙트럼을 가졌다 할지라도 뒤틀린 근대에 대한 보상심리라는 그림자는 쉽게 지워내질 못했다. 이는 일본 대중문화의 3차 개방을 지나면서 상당부분 잠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일본문화의 전면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면에서 보자면 그에 대한 판단은 조금 뒤로 미루어도 좋을 것이지만, 적어도 양국간의 문화가 동등한 입장에서 교류할 조건을 갖추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작년, 역사왜곡 교과서와 일 총리의 신사참배 파문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일본대중문화의 개방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향후 추진될 4차 개방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영화·비디오및 애니메이션 단체 15개를 대상으로 3차에 걸친 일본의 대중문화 개방이 우리 사회 및 문화산업계에 미친 영향에 대한 의견을 접수한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개방이 주로 영화·애니메이션에 치우쳤던 것을 고려할 때, 이번 조사는 4차 개방의 중요한 소스가 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우리는 이번 문화부의 움직임에 조심스러운 우려를 표명한다. 물론, 올해 월드컵을 계기로 한·일 양국간의 우호가 두터워졌다고는 하지만 교과서 왜곡이나 총리의 신사참배, 주요인사들의 망언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문화는 교류를 통해 발전하고 자신을 다듬어 나가는 것이지만 우리처럼 특수한 맥락을 가진 문화의 개방은 그 시기와 방법, 또 그 주변을 아우르고 있는 조건들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역사청산의 문제, 대중문화산업에 미친 영향, 나아가 순수예술의 교류를 포함하는 포괄적 문화교류의 문제까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일본문화의 개방을 두고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다방면으로 뻗어나가 있다.
문화부는 4차 개방에 대한 준비와 더불어 일본문화 개방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관계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공유하는 과정들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기를 바란다. 지금이야말로 지난 5년간 일본의 대중문화가 우리 대중문화와 문화산업에 새로운 전략적 시사점 내지는 발전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이 무엇인지 성찰해 볼 시기일 것이다.
또 이번 의견수렴을 두고 일부 단체에서는 '이번 조사가 전면개방을 앞둔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만큼 문화부는 영화와 애니메이션만이 아닌 개방의 폭과 정도를 공개적인 논의의 장으로 끌어내어 여론수렴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문화개방에 있어 참여의 폭을 넓히고 정보공개의 범위를 확장해 과정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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