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과노래]또다시 앞으로

노동자 단합의 진군가

최도은(노동자의 힘 회원)

1992년 '시작의 노래' 테이프를 통해 '또 다시 앞으로'가 발표되었다.
'시작의 노래' 테이프는 빈민 운동권에서 노동가요 작곡가 김호철에게 의뢰하여 제작한 노래 테이프다. 90년대 초반은 운동의 역동적 힘이 많은 투쟁의 노래로 노동현장에 흘러 넘치는 시기였다. 새 노래가 알려지는 경로는 주로 '전노협 노래 테이프'를 통해서였다.
그러한 영향 탓에 이 노래가 노동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시작의 노래'가 나오고 나서 한 2년쯤 지난 1994년 여름이 되어서였다. 당시 나는 투쟁의 현장에서 '또 다시 앞으로'를 공연 곡으로 소개했는데 가는 곳마다 노래가 끝나기 무섭게 곧 바로 일어나는 대중들의 반응을 보고 놀랬다. 이 노래가 대중들에게 폭발적 반응을 갖는 이유를 보면 리듬의 박동감을 우선 들겠다. 기존의 행진곡 풍 노동가요에 더해서 좀 여유 있고 힘찬 리듬감은 새로운 양식으로 운동가요의 한 줄기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노랫말이 담고 있는 건설적인 내용은 사회변혁의 의지가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있진 않지만 파업투쟁의 단결을 엮어내는 역할을 적절하게 했다. 가락과 가사의 유기적 결합은 파업의 공간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전국노동자들에게 확산되었으며 노동자 단합의 진군가 역할을 해냈다.

변형근로제 철폐, 임금 3% 가이드라인 철폐를 외치던 전지협(전국기관사협의회, 서울지하철노조, 부산지하철노조 3사 공동투쟁협의회) 동지들의 투쟁을 시작으로 울산 현대 중공업의 64일간의 총파업의 현장에서, 기본급 45,000원 인상을 걸고 LNG선 점거파업을 진행한 부산 한진중공업 농성의 현장과, 교대근무의 열악함과 저임금 그리고 산재에 시달리며 비인간적 대우와 노조탄압에 분노한 광주 금호타이어 농성의 현장에서, 또, 임투 전 간부들을 사전 연행 구속한 경찰과 자본의 노조탄압에 맞서 파업농성을 전개한 대구의 대우기전동지들의 투쟁의 현장에서 이 노래는 노동자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단결을 강화하는 몫을 담당했다. 94년 투쟁의 공간에서 '또 다시 앞으로'는 공전의 힛트를 기록했다.

노래가 계급적 실천운동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94년 고양되는 대공장 노동자들의 투쟁과 정권의 노동통제 정책이 대결하는 전쟁이 지나갔다. 전지협과 금호타이어, 대우기전 등 투쟁의 현장은 자본의 하수인인 폭력경찰의 선제 공격에 의해 수많은 해고자와 구속자를 남기고 싸움은 마무리되었다. 94년 전투의 패배 이후 날로 강해지는 단사 이기주의 현상 속에서 많은 무력감을 느끼고 좌절했다. 그 때 희망을 갖게된 계기는 투쟁 속에서 전투적인 패배는 있다 하더라도 파업이 끝난 후 세상을 바라보는 노동자의 눈이 달라져 있고 한발 전진한 것을 깨달았을 때이다.

노동자의 노래는 노동자에게 정치교육의 역할을 담당한다.
큰 패배가 있었고 많은 고통이 현실에 닥쳤으나 '또 다시 앞으로' 노랫말을 곱씹으며 다시 현장에서 시작한 노동자들에 의해 2002년 2월 철도의 현장에서, 6월 부산지하철과 금호타이어 현장에서 불꽃은 다시 일어났다. '또 다시 앞으로'의 생명은 실천운동과의 관계 속에서 다시 피고 지면서 오늘의 패배를 반성하는 노동자들에 의해서 다시금 활짝 피어나고 있다.


(노랫말)

또 다시 앞으로

가버린 세월을 탓하지 마라 지나간 청춘일랑 욕하지 마라
아직도 태양은 우리의 머리 위에 빛나고 있다
부딪혀 깨어지는 파도와 같이 산산히 부서져서 다시 모여라
어차피 우리는 한배의 운명이니까
자-저 쓰라린 세월도 기름 밥 눈칫밥의 나날도
자 또 다시 일어나 역사의 발맞추어 하나! 둘! 셋!
앞으로 또다시 앞으로 눈덩이 쇳덩이로 앞으로 굴러
끝내는 우리가 건설할 세상을 향해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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