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30만 시대, 실업대기소 된 대학

신재성(노동자의 힘 회원)

옛말에 "떠들썩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말이 있다. 6월의 잔치는 우리에게 그러했다. 이놈의 사회에선 무엇하나 화폐가치로 환산하지 않는 것이 없기에 한달 간의 축제기간동안 응집된 한국인들의 축구강국에 대한 자긍심과 단결력이 또 몇 수십 조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떠들어댈지는 모를 일이지만, 불황의 먹구름이 좀 채 가시지 않는 요즘 도대체 가치가 상품시장에서 가격으로 실현될 기미조차 불투명하니 당장 좋아할 일은 아닌 듯 하다. 더구나 월드컵 열기에 찬물 끼얹지 않으려는 듯 쉬쉬하다가 4강 진출에 모두들 도취될 무렵 '국민 모두가 빚더미에 앉았다'는 비보가 당장 '독촉장'으로 날아오지 않는 것이라서 마냥 안심을 해도 좋은 일일까?

월드컵 열기로 짭짤한 특수를 누렸던 전국의 대학가도 이제 서서히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일상마저도 그리 여유로울 수는 없는 듯하다. 어느 대학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본 결과 '방학중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어학 및 컴퓨터 학원수강, 아르바이트가 가장 높은 비율로 나왔다는 조사가 시사하는 바는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 이제 더 이상 자기 계발 운운하는 '과외(科外)'활동으로서의 방학은 끝난 지 오래이다. 물론 적게는 수백에서 기천만원에 이르는 자격 있는(?) 해외 연수생의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가뜩이나 기업의 인력감축과 비용절감 등으로 인한 청년실업 문제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지 오래. 여기에 해마다 사회로 배출되는 졸업생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유일한 해법은 취업의 좁은 관문을 향한 치열한 생존경쟁 외에 없는 듯 보인다. 그야말로 대학은 실업대기소가 된 지 오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2년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률은 전월대비(!) 2.7% 하락했으며, 취업률은 0.2% 증가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진정 IMF 위기 이후 급증하던 실업의 물결이 진정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걸까? 당국의 공식 통계 수치가 사회통계학적 의미가 아닌 정치공학적 의미에 강하게 영향받았다는 역사적 배경을 전제로 하더라도 그 실내용을 보면 정규직의 감소를 수반한 일용직·비정규직의 증가(종사상 지위별), 건설업과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의 증가(산업별), 20대 이하의 하락과 50대의 증가(연령별)에서 알 수 있듯이 0.2%의 옹색한 증가율이 '노동의 유연화'와 '삶의 불안정화'를 대가로 지불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만성적인 실업의 문제와 불안정노동의 문제는 산업자본의 수익성 하락에 따른 위기 책으로서의 산업 및 노동시장의 재편에 의한 구조적 현상인 것이며, 일부에서 이야기하듯 취업희망자의 '눈높이 조정'이나 '상품가치의 향상'은 본질을 회피하는 것일 뿐이다. 차라리 '시장 친화적 교육개혁'과 '노동시장의 유연화', '기업규제 완화'만이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외치는 자유기업원의 주장이 가증스러울 망정 솔직한 그들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청년 실업 30만 시대! 하지만 그것이 정부당국을 압박하려는 권력 분파의 야심에 찬 카드로만 사회화되었을 뿐, 전적으로 모든 책임과 희생을 개별화시키는 시대, 취업자와 취업예비자간의 분열조장을 통한 고용 및 노동조건의 악화를 획책하는 시대, 대학입시과외를 통해 얻은 수입으로 고시과외를 위해 투자하는 세태가 자연스러워진 시대... 6월의 열광이 남겨준 그늘진 휴우증의 시기, 졸업장을 거머쥔 우리 앞에 남겨진 과제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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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 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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