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설 dllp21@kdlpnews.org
2002년의 브라질은 1997년의 한국과 종종 비교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금융위기라든가 네번째 도전을 하는 야당의 후보가 어느 때보다 당선가능성이 높다는 점, 그리고 바로 이 점에 대해 투기자본이 우려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당시의 한국과 지금의 브라질이 비슷하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브라질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룰라) 후보가 금속노동자 출신으로 브라질 노총(CUT)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비교가 결코 적절치 않음에도 영국의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 등 주요외신은 한국과 브라질을 곧잘 비교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대선 후보들간의 ‘협약준수서약’ 논란도 여기에 더해졌다.
1997년 한국의 여야당 대선후보들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협약준수서약’ 요구를 받아들인 바와 같이, 브라질 대선후보들도 당선됐을 경우 아이엠에프의 프로그램을 계속 이행하겠다는 선언을 요구받은 것이다.
현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주 정부의 페드로 말란 재무장관이 처음 거론한 이 ‘한국식 해법’에 대해 룰라는 명백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제적인 협약은 카르도주가 퇴임하는 12월 30일까지는 카르도주의 몫일 뿐”이라는 입장을 표명해 왔던 룰라는 지난 19일 브라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선되기도 전에 아이엠에프와 논의를 하고 협약에 서명을 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은 제안을 일축했다.
하지만 지난 5월경부터 좌파인 룰라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국제금융자본의 ‘룰라 길들이기’가 지속되면서 노동자당과 룰라가 “아이엠에프와의 재협상” 주장에서 한발짝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룰라의 당선시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우려된다는 조지 소로스, 앨런 그린스펀 등 ‘거물’들의 발언이 계속되고 투자은행들이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추면서 룰라의 지지율은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다.
7월 셋째주에 발표된 최신 여론조사 결과는 한때 50%에 육박하던 룰라의 지지율이 33%로 하락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카르도주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파 브라질사민당(PSDB)의 주제세하 후보의 지지율은 15%로 떨어진 반면 사회민중당의 시루 고메즈 후보의 지지율은 22%로 뛰어올라 처음으로 고메즈 후보가 2위 자리를 차지했다.
하버드대학을 나와 90년 32살의 나이에 현 집권당인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세아라주 주지사에 당선된 바 있는 고메즈는 카르도주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맡기도 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룰라와 고메즈가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경우 고메즈(44%)가 룰라(43%)를 약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룰라와 세하가 맞붙을 경우 룰라(48%)가 세하(37%)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메즈의 급부상은 룰라와 노동자당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세하 후보가 아이엠에프와의 협약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데 반해 고메즈 후보가 룰라와 마찬가지로 ‘협약준수서약’ 거부를 선언하고 아이엠에프가 요구하는 긴축정책에 반대하고 있는 점도 룰라와 노동자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고메즈의 인기가 아직은 거품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연소 주지사 출신으로 풍부한 행정경험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고메즈는 월드컵이 끝난 이후 몇 차례 진행된 텔레비전 인터뷰를 통해 주목을 받으며 급부상했다.
가령 “브라질의 단기채무를 장기채무로 전환시키겠다”거나 “카르도주 정부의 경제정책은 커다란 재앙을 가져왔다”는 등 거리낌없는 일련의 발언으로 인기가 높아지긴 했지만 그 ‘인기’가 실제 표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집권당의 약체 후보보다는 고메즈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나게 된 룰라가 지지율 1위 자리를 지키며 결선투표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8월 20일부터 텔레비전 유세가 시작되면서 치열해질 대선레이스에서 또 어떤 변수가 작용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 98호] 7.29 ~ 8.4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