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열/유럽통신원 jjagal@yahoo.co.kr
한국에 노동법 개정에 맞선 96~97 총파업이 있다면 영국에는 1979년 ‘불만의 겨울’이라고 부르는 파업 물결이 있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영국에서는 파업물결이 재현됐다.
지난 17일 1백만명의 지방공무원들이 파업 행렬에 나서 쓰레기 수거가 중단되고 학교와 도서관이 문을 닫는 등 영국 전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가 마비됐고, 다음날 18일에는 평소 3백만이 이용하는 런던지하철이 멈춰 런던 시내가 하루 종일 통근 전쟁을 치른 것이다.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동참 속에 파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자 노동조합 지도부는 8월과 9월에도 다시 파업을 하겠다고 기세를 올리고 있다.
파업의 원인은 임금문제였다. 지방공무원 노조는 임금 6%인상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3%이상은 올려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5년 전 자신들의 지지로 노동당을 집권시켰는데도 나아진 것은 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1979년에 비해서 현재 지방공무원의 임금 수준은 동일한 업무의 사기업 노동자에 비해 더 떨어져서, 지방 자치단체들은 인력을 구하기 힘든 형편이고, 파트타임 여성 노동자들은 최저 생계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런던 지하철 파업은 블레어 정부의 런던지하철 부분 매각 때문이었다. 런던지하철의 운행은 계속 공사가 맡고, 안전관리를 사기업에게 넘기는 이 계획에 대해 기관사 노조는 지하철 안전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력한 지지기반인 노동조합이 투쟁에 나서면서 토니 블레어 정부는 곤경에 빠졌다. 조합원 1백10만명을 거느린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아미쿠스 노조는 위원장 선거를 치렀는데, 토니 블레어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던 켄 잭슨 현 위원장이 무명의 전 공산당 출신 좌파 데럭 심슨에게 8백표 차로 신승했다.
그런데 다음날 재개표 결과 4백10표 차이로 데럭 심슨이 승리한 것으로 결과가 뒤집어졌지만, 조합의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켄 잭슨은 재투표를 요구하며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어서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잭슨이 조합 지도부를 장악한 가운데 상대방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이중투표 등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우파 위원장은 언론의 비웃음만 사고 있다.
이로써 블레어는 중요한 노동당 투표에서 몰표를 주던 자신의 오른팔을 잃게 됐고, 지방공무원노조와 기관사노조가 재파업을 공언하고 있는데다가, 소방관노조도 임금 40%인상을 요구하며 역사상 두번째 전면파업을 준비하고 있고, 공항노조와 철도기관사 노조도 파업에 나서고 있어 난데없이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노조들은 설상가상으로 노동당에 대한 기부금 지원을 중단하거나 감축하고 있어, 빚더미에 올라 있는 노동당에 짐을 더하고 있다.
1979년 ‘불만의 겨울’에 이어 2002년 ‘불만의 여름’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제3의 길을 부르짖으며 유럽 사회민주주의정당의 황태자로 나섰던 토니 블레어는 이제 자신의 지지기반에 맞서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할 판이다.
[ 98호] 7.29 ~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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