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 ahimsa@kdlpnews.org
박진표 감독의 70대 노인의 성과 사랑을 그린 영화 <죽어도 좋아>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제한상영등급’ 결정을 받음으로써 문화계에 ‘제한상영관’ 논란에 불을 당기고 있다.
영등위은 지난달 23일 영화 <죽어도 좋아>가 7분간의 롱테이크 섹스신 가운데 구강성교와 성기노출 부문이 국내 정서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국내에 아직 ‘제한상영관’이 없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상영불가’ 판정이나 마찬가지.
영화 <죽어도 좋아>는 실존인물인 박치규(73) 할아버지와 이순예(71) 할머니의 동거생활을 통해 인생의 황혼기에도 샘솟는 사랑과 열정을 담담하면서도 따스하게 그리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그동안 등한시됐던 노인들의 ‘성’에 관해서 새롭게 조명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이번 영등위 결정에 영화인회의, 문화연대 등 문화관련 시민단체들은 ‘제한등급 규정의 모호성’에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과연 이 영화가 성인의 관람을 제한해야 할 영화인가’라며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은 작품을 국내에서 굳이 제한 상영할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18세 등급 부여도 무방하다는 것.
영화인들은 이 영화의 표현수위는 “18세 성인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통해 누구나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있는 양태를 화면에 사실적으로 옮겨놓은 것”일 뿐이라며 특정부위의 노출여부가 제한상영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주장했다. 실제 이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칸느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됐으며, 프랑스에서는 큰 호응을 얻으며 개봉되기도 했다.
영화인회의 유창서 사무국장은 이번결정이 “출범 2기인 영등위가 ‘제한상영’ 에 대한 논의와 뚜렷한 기준점을 가지지못한 상태에서 내린 결과”라며 “이는 위원회 내부 시스템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영화인회의와 문화연대 등 관련단체들은 앞으로 이 작품이 관객이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해 다양한 공청회를 개최하는 한편 ‘18세 등급’ 허용 여론 확대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한편, 이번 제한상영 결정에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소식을 듣게 된 시민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한 시민은 영등위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관객의 수준은 높아가고 있는데 영등위의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시대흐름을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도 “관객의 생각을 미리 빼앗아버리는 영등위 위원들의 자질과 등급을 판단하는 등급위는 어디 없냐”며 비꼬았다.
[ 98호] 7.29 ~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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