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현/경제민주화운동본부 정책부장
"2년 동안 뼈빠지게 모은 돈 4천만원이 날아갔습니다."
"갑자기 전세보증금 1억을 올려 달라니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내 집이 없는 사람들은 재계약 시기가 오면 불안하다. 집주인들이 너도나도 마음대로 전세값을 올리면 방을 빼든가, 요구하는 만큼의 액수를 고스란히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서 몇 년이고 집세를 올리지 않는 착한 집주인을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인생에 있어서 큰 행운이다.
5년마다 통계청이 실시하는 200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3%인 6백15만3천여가구(1천9백83만8천여명)가 전월세를 살고 있다. 이들 세입자 모두가 착한 집주인을 만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이 통계에 의하면 약 2천만명의 세입자들은 2년도 한 집에 살지 못하고 이삿짐을 싸고 있다. 전세의 경우 57.4%, 보증부 월세의 경우 56.4%가 2년 미만의 거주기간을 보이는 심각한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솟는 전세값이 얼마나 기승을 부리고 있는지는 서울지역의 상황이 잘 보여 준다. 평당 4백63만5천원으로 전국 평균 2백71만5천원보다 70.7%나 높다. 전월세값은 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인해 잠시 안정됐을 뿐 99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해 왔다.
정부는 무주택서민들의 주거불안과 전월세값이 요동칠 때마다 주택보급률 1백%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선전해왔다. 그러나 주택공급이 늘어난 만큼 서민들의 주거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집장사하는 임대사업자 수만 증가시켰을 따름이다.
지난 5월말 현재 전국의 임대사업자수는 1만8천3백59명에 달해 등록제가 시행된 지난 94년 1백5명이던 것과 비교하면 8년만에 무려 1백75배로 늘어났다. 이들이 임대하는 가구수는 5월말 현재 57만5천4백88가구에 이른다. 임대사업자 1명이 평균 31.3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정부의 신규주택 구입자금 지원 등 금융세제상의 지원까지 받아 무주택서민 대상으로 한 집 장사에 짭짤한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
임대사업자들이 임대료 올려 챙기기, 싸게 사서 비싸기 팔기로 장사수완을 발휘할 때마다, 약 2천만의 세입자들의 삶은 요동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입자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임대료를 지급하면서도 방충망부터 보일러 설비, 낡은 가스시설 등을 수리하고 유지하는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다. 현재 주택의 유지·보수와 관련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은 이에 대한 책임소재를 확실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어 집주인의 의무위반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과도한 임대료 인상, 불안정한 주거기간, 크고 작은 임대차 분쟁 등 2천만 세입자들이 겪는 고통이 생기는 이유는 현재 유일한 세입자 보호장치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가지고 있는 맹점 때문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난 이후, 집주인의 권리남용이 가능한 조건을 그대로 방치하여 임대차관계에서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세입자가 적정한 조건으로 재계약을 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2년간의 계약기간이 지난 뒤, 집주인이 마음대로 전월세값을 올리는 횡포를 규제할 수 없다.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2천만 주택세입자들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5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입법 청원했다. 이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세입자의 전월세 안정과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 집주인에 의한 일방적인 계약거절(또는 계약해지)과 재계약시 임대료 과다인상 요구를 차단할 수 있는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연 5%) 확대적용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도입 등 제도적 장치를 갖췄다.
이 개정안이 입법화되면 세입자는 2년 단위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8년간의 임대기간을 보장받는다. 특히 예측불허로 뛰는 전월세 인상률도 5% 내에서 규제할 수 있게 되어 주거불안과 과도한 주거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수 있다. 현재 높은 전월세 가격은 주택가격상승 및 자산가치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 전월세 인상률이 5%대로 규제가 된다면 주택가격의 하향안정화에도 기여하게 되어 내집 마련이 쉬워진다.
마지막으로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도입함으로서 불필요한 임대차 분쟁의 신속한 조정 및 임대료 과다 인상에 대한 시정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듯 주택임대차보호운동은 전월세 인상률을 5%로 안정시켜 2천만 세입자들의 행복을 찾는 운동이다.
[ 98호] 7.29 ~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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