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골라보기]"선진의료 체계 한번 봅시다. 영화로"

<존 큐 john Q>

감독: 닉 카사베츠, 출연: 덴젤 워싱턴, 로버트 듀발, 제임스 우즈, 앤 헤이치, 시간 100분

김세윤/기자  seyooni@film2.co.kr
대한민국 의료체계 문제 많다고 떠드는 사람들, 그럴 때마다 하는 말 있다. “선진의료체계를 보란 말이야!” 그래? 어디 한 번 보기로 하자. 다행히 올 3월 개봉한 영화 <존 큐> 비디오가 나와있다.

가난한 블루칼라 존 큐의 외아들이 동네 야구하다가 픽, 하고 쓰러져버린다. 의사 선생님 하시는 말씀. 당장 수술하셔야 합니다. 돈은 있죠? 보통 수술이 아니라 심장이식수술이라 겁나게 많은 돈이 필요하다. 존 큐는 대답한다. 이럴 때를 대비해 의료보험에 들어뒀죠.

그러나 병원과 보험회사가 초를 친다. 이럴 때를 대비하려면 더 비싼 보험에 들었어야죠. 그렇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에 풀 옵션 의료보험 대신 좀 싼 걸로 들어둔 것이 화근이었다.

언론과 정부를 찾아가 억울하고 절박한 사정 얘기해봤자 콧방귀만 뀐다. 눈물로 호소하고 콧물로 읍소해도 요지부동. 금쪽같은 아들이 반쪽이 된 걸 보니 아버지 가슴에 피가 끓어오른다.

결국 병원에 쳐들어가 인질극을 벌인다. 그제서야 난리가 난다. 병원장 달려오고 기자들 뛰어오고 경찰 날아오고, 아들은 죽어간다. 아버지는 지쳐간다. 국민은 분노한다. 그리고 영화는 점점 재밌어진다.

시나리오 작가 제임스 커언즈가 이 영화를 구상한 건 신문기사 때문이다. 심장이식수술로 새 삶을 찾은 어느 환자의 인터뷰. “만일 내가 부자가 아니었다면 벌써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 그 뒤로 ‘부자가 아니어서 죽은 목숨이 되는’ 이야기를 구상했고 그게 바로 <존 큐>다.

감독 닉 카사베츠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당장 연출을 결심했다. 개봉을 앞두고 어느 기자와의 인터뷰. “내 딸도 심장이식수술을 받았다”. 자식 아픈 부모 마음 내가 제일 잘 안다며 영화를 찍었고 그게 바로 <존 큐>다.

덴젤 워싱턴이 이 영화에 출연한 건 순전히 제 아이들 때문이다. 역시 어느 인터뷰. “수십 번씩 시나리오를 읽을 때마다 매번 눈물을 흘렸다” 아침마다 넷이나 되는 아이들 머리 쓰다듬어주며 주인공 심정을 이해했고 그렇게 연기한 게 바로 성난 아버지 존 큐다.

그래서 영화는 어떤데? 썩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쓱 지나칠 영화도 아니다. 우리가 그토록 흠모하는 선진의료체계의 헛점을 지루하지 않게(!) 드러내주지 않느냐.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적당한 운동을 해야 오래 사는 시대는 지났다, 죽기 살기로 돈을 모아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바로 장수의 비결이니라, 뭐 이따위 흑심을 품고 있으면서 안 그런 척 내숭떠는 게 바로 선진국형 의료시스템의 본질임을 이제 우리는 알았다. 자, 이제 어쩔것이냐?

대안은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은,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어쩌다 요모양 요꼴인지에 대해 분노에 찬 욕지거리를 가열차게 퍼붓는 것이 참된 당원의 도리일 터이다.
[ 98호] 7.29 ~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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