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은 반정부적 표현물?

서울시립미술관 민중미술 작품, 미아신세 전락 위기


서울시립미술관이 개관을 기념하여 기증받은 민중미술 200여점에 대해 서울시가 기증당시 약속했던 상설전시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작품들은 지난해 3월, 가나아트센터의 이호재 대표가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것으로 오윤, 최병수, 박불똥, 홍성담, 임옥상 등 80년대 민중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작품들에 대해 서울시 공무원들이 '반정부적인 내용을 시립미술관에 전시할 수 없다', '상설전시관 설치시 전시공간이 협소해진다'며 상설전시에 대해 회피하는 입장을 보인 것.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가나아트센터는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협약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기증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상설전시와 관련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예총은 이날 성명 발표를 통해 서울시의 이같은 태도는 '구시대의 독재적 발상에 근거한 저열한 인식의 결과'이며, '예술에 대한 무지의 소치에서 나온 전형적인 관료주의의 소산'이라며 민중미술 상설전시관 설치 운영에 대한 협약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또 민중미술은 '치열했던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며, 당시의 사회상을 잘 담고 있는 예술적 표현물'일 뿐 아니라 '소중한 역사적 기록이자 예술적 가치를 간직한 우리 모두의 공공(公共) 재산'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후, '정부의 견해에 반하는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고, 또 그 표현물을 내걸지 못하는 사회는 독재사회요, 반민주주의 사회'라며 서울시의 어리석음을 질타했다.
전시공간에 부족에 대해서도 '특수한 사회적·예술적 가치를 담고 있는 작품들의 기획·상설전시는 세계적으로 보편적 추세'이며 4000평의 공간 중 100평의 전시공간으로 인해 전시공간이 협소해진다는 것은 '의도된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성명서는 민중미술 상설전시관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민족예술인들은 80년대 민중미술의 창작자이자 주인의 하나로서 과감하게 기증 작품 반환운동을 1100만 서울시민과 함께 전개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이처럼 서울시립미술관이 그 시작부터 미술계와 시민들의 기대와 어긋나는 것을 걱정하는 미술계 안팎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사태를 민중미술에 대한 편견과 오해,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걷어내는 계기로 삼고, 시립미술관이 '시민들 곁의 문화공간'으로 하루속히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일일문화정책동향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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