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덕수궁터 미대사관 건립 전제 "매장 문화재 지표조사"
시민단체, "저자세 외교관행 반복" 규탄
덕수궁터 미대사관·아파트 건립을 반대하는 국내 여론이 드높은 가운데, 정부가 미대사관·아파트 건립 예상부지에 매장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키로 해 지탄받고 있다. 매장 문화재 지표조사는 건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행위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문화관광부, 외교통상부, 건설교통부, 서울시 관계자가 참석하는 비공식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는 특히 국내 문화재 발굴 전문기관 중 상당수가 지표조사 의뢰에 거부입장을 밝힘에 따라 문화부가 적극 나서 조사기관 선정 등에 협조키로 하고 조사기간도 가급적 단축, 대사관 시설 건립이 지연되는 것을 최소화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표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의 입장이 최종 결정될 것'이라며, '그러나 옛 경기여고 부지 등 상당지역은 이미 개발이 됐던 곳이라 지표조사 결과가 미 대사관 시설 건축에 지장을 줄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그동안 문화부, 건교부, 서울시 등은 덕수궁터 미대사관·아파트 건립에 대해 ▲20가구 이상 공동주택 신축 시 어린이 놀이터와 상가, 노인정 등 부대시설을 갖추도록 한 주택건설촉진법 ▲최소 주차 시설을 갖추도록 한 주차장법 ▲매장문화재가 있는 지역에 대한 개발을 제한한 문화재법 ▲고도제한 등에 저촉된다며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이명박 현 서울시장은 후보로 나선 지난 자자체 선거 당시 시민단체의 질의서에 명백한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지표조사 방침을 전해들은 '미대사관·아파트 건립반대 시민모임' 측은 긴급 논의를 통해 이 회의를 주재한 국무조정실(국무총리 산하) 진입로에서 9일 오전 11시에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항의의 뜻을 전달한 후 청와대에도 항의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 시민모임의 한 관계자는 '부지는 미국 땅일지 몰라도 그 속에 깃든 문화유산과 역사적 내력은 우리의 것이므로, 미국이 대사관·아파트를 짓겠다고 우기는 것은 문화적 침략행위와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저자세로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한 규탄의지를 밝혔다.
일일문화정책동향 안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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