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보궐선거, 근본적인 혁신만이 조합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오는 27일 부위원장 7명에 대한 보궐선거를 실시한다.
수감중인 단병호 위원장을 제외한 전 임원이 지난 4월 2일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저지 총파업을 무산시키고 굴욕적인 노정합의를 시도했던 책임으로 총사퇴했던 데 따른 것이다. 민주노총은 5월 6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지도부 공백을 메우고 상반기 투쟁을 진행해 왔는데, 이제 정식으로 임원 보궐선거를 하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선거는 여느 때의 선거처럼 열기가 달아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실상의 임원 총사퇴라는 충격적 사태의 후속 과정으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4·2 총파업 무산과 굴욕적인 노정합의로 표출된 민주노총의 위기를 극복할 혁신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지금 현장 조합원들의 가슴 속에 민주노총은 대단히 모순적인 존재로 다가서 있다.

민주노총은 어쨌든 전태일 열사로부터 시작하여 87년 대투쟁을 거치며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 온 우리의 민주노조운동을 대표하는 조직이다. 민주노총의 운명이 곧 단위노조와 개별 조합원의 앞날에 큰 변수가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민주노총은 현장 조합원에게 가슴 벅찬 희망으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몇 년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라는 자본의 대공세를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싸움을 하다보면 힘이 없어 밀릴 수도 있는 법이고, 민주노총에 대한 조합원의 사랑은 그런 정도의 분별력을 가질 만큼은 충분히 된다.

보다 결정적인 것은 민주노총의 안일함, 아니 지도부의 관료적인 타성이다. 노동자 대중의 삶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칼날 앞에 신음하고 있는데, 현실을 타개해 나가려는 적극적인 투쟁 의지, 자기혁신 의지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4·2 총파업 무산과 굴욕적인 노정합의는, 발전노조의 영웅적인 38일 파업투쟁과 너무나 대비되면서, 차츰 신뢰를 잃어가던 조합원의 가슴에 결정적인 금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의미는 임원 자리를 채워 넣는 형식에 있지 않다. 사실 누가 새로 부위원장이 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차디차게 식어있는 조합원의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번 선거는 민주노총 혁신, 그것도 근본적인 혁신의 방향을 찾아나가는 그런 선거가 되어야 한다.

그 혁신의 방향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들만 간단히 짚어 보겠다.
첫째, 민주노총 지도부는 조직의 결정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총파업을 결정은 하지만 실행되지는 않는 상황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민주노총의 의결구조를 혁신하여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 여성 등 민주노총 내 소수자들의 발언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것은 민주노총을 대공장-정규직-남성 노동자들만의 운동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는 운동으로 바로 세워가기 위한 출발점이다.
셋째,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에 대한 총괄적인 신분보장을 민주노총이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열악한 조건을 무릅쓰고 투쟁에 떨쳐나선 수많은 노동자들이 구속·해고·벌금·가압류 등으로 스러져 가고 있으나 민주노총은 아무런 실질적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혁신만이 조합원의 신뢰를 되살려 낼 수 있다. 다시 일어서는 민주노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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