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좋아 제한상영등급, 타당한가?


지난 8월 7일 인사동 미로스페이스에서는 박진표 감독의 영화 <죽어도 좋아>가 영상물등급소위로부터 제한상영등급을 받은 후 세 번째 시사회가 열렸다. 지금까지의 시사회가 특정 예술인과 비평가들을 위한 제한된 상영회였다면 이번 상영회는 처음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상영회였다는 점에서 상영 후의 반응이 매우 궁금하였다.


며칠 간 계속된 호우에도 불구하고 미로스페이스의 120석을 꽉 채우고도 남을 인원이 여기저기서 모여들었다. 60-70대의 노인들도 눈에 많이 띄였고 40대 이상의 중년 여성들도 많이 보였다.


영화 상영 후 토론회는 바로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토론회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이 영화의 제한 상영등급이 타당한가에 대한 토론을 주목하고 있었다.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이하 문화연대) 지금종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토론회에는 최선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정책위원), 최태연(기독교윤리실천운동 운영위원), 장윤선(참여연대 월간 <참여사회> 편집장), 강내희(문화연대 정책기획위원장), 유창서(영화인회의 사무국장)가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들의 대부분은 영화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이 영화가 제한상영등급을 받은 것은 잘못된 결정이며 오히려 노인들의 성과 복지에 관해 관심을 갖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어줄 영화라고 평했다. 영화인회의 유창서 사무국장은 영등위의 제한상영등급 판결이 기준을 갖지 못한 채 여전히 성기 노출 여부라는 오랜 관행을 고수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반면, 최태연 기윤실 운영위원은 어렵게 제한상영등급을 내린 영상물등급위의 결정을 우리는 존중해야한다고 말하며, 이 영화의 판결이 이 후 영화 심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객석과의 토론에서도 활발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은행에 다닌다는 40대 중반의 남성은 우리가 창피하게 생각하는 노인의 성이 이 영화를 통해 양지로 드러나게 되었으며, 문제가 된 성기 부위를 모자이크 처리하는 순간 이 영화가 '에로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반드시 일반상영관에서 상영되어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보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또, 20대 한 남성은 인터넷에서 청소년들은 변태적인 동영상을 손쉽게 구해보는데 노인들의 진솔한 성행위는 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반문하며 어떤 영화가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인지를 영등위는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에서 나온 70대 할아버지는 자신도 혼자 살고 있으며 이 영화가 자신의 삶을 투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드러나는 노골적인 성표현이 불편하였으며 이 영화를 일방상영관에서 하게 된다면 앞으로 폭력과 에로가 뒤섞여 표현되는 영화들이 대거 만들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영화를 전공한다는 남학생은 섹스와 폭력을 코드로 하고, 구강성교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조폭마누라>가 15세 등급을 받은 것이 과연 타당한지 물으며 영등위의 등급 기준에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곧 이 영화에 대한 재심 청구가 있을 예정이며 영등위는 본위에서 15일 이내 등급 결정을 내려야한다. 김수용 영등위 위원장은 최근의 인터뷰에서 <죽어도 좋아>가 성기가 나오고 구강성교가 나오므로 포르노그라피라고 단정지어 말했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재심에서도 절대 18세 상영가를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예술인과의 상영회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은 모두 '어이없다'고 반응했고, 이번 토론회에서 다수의 일반인은 부모님들과 혹은 자녀들과 이 영화를 꼭 다시 보고 싶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라고 하였다. 과연 영등위는 관객 다수의 볼 권리와 영화를 통해 자신의 주변인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망을 오랜 관습의 고수라는 이름으로 저버릴 것인가.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는 죽어도 좋다는 김수용 영등위 위원장을 비롯한 영등위원들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정인선(blurblur@jinbo.net 문화연대 상근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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