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서울을 떠난다. 잠시라도 자동차와 소음이 없는 곳, 맑은 공기와 숲이 있는 곳,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 정작 제 곁의 산과 나무가 죽어가는 줄은 모르고 말이다. 구파발 역에서 버스로 30분. 북한산 등산 코스의 출발점 중 하나인 송추 계곡 입구에 하차하면 곧 원각사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산사로 들어가는 길이 고즈넉하고 시원하리라는 기대는 입구에서부터 여지없이 깨진다.
입구를 가로막고 신분증을 요구하는 전경들을 지나치니, 그때부터 대규모 공사 현장이다. 도로를 내기 위해 산 여기저기에서 폭파시켜 뜯어낸 돌무더기, 철조망과 공사 방어벽이 쿵쿵 박혀있는 산길, 허옇게 옆구리를 드러낸 산등성이…. 북한산 국립공원은 일산-퇴계원간 외곽 순환도로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야성이 이길 수 있는 문명은 없다’. 더 빨리, 더 편하게 살고 싶은 사람의 욕망은 저보다 몇 천 배, 몇 만 배는 더 오래 살았고 또 더 오래 살아남을 산에 생짜로 구멍을 뚫어서라도 빠른 길을 내려고 한다. 북한산에 길이 4km, 폭 40미터 짜리 8차선 터널을 뚫어 생기는 잇점이란 우회도로에 비해 자동차 주행 시간이 30분 빨라지는 거다. 대신 1,300여 종의 동물과 식물이 공해와 사람에 시달릴 것이고, 30여 개의 사찰은 “고요한 산사여, 영원히 안녕!” 신세가 될 것이다.
공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해 6월. LG건설 등 9개 건설회사가 공동출자한 서울고속도로(주)가 공사를 맡았고 이내 환경단체들과 북한산 인근 사찰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소송까지 간 끝에 농성 단체들은 법원으로부터 회룡사, 홍법사 인근 구역에 대해 ‘일부 구간 공사 중지’라는 결정을 받아냈지만 LG건설 등은 공사를 중지할 기미가 전혀 없다. 해당 사찰과 어쨌든 합의를 보면 되는 거니까 공사는 공사대로 강행하겠다고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터널이 뚫리는 입구인 송추 계곡에 지난 11월부터 농성장을 짓고 관통도로 건설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불교환경연대 이원균 간사는 “도로는 북한산 뿐만 아니라 수락산, 불암산도 관통하게 됩니다. 국립공원에 이런 길을 내겠다는 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예요. 지하수와 지표수가 고갈되고 주변 생태계와 문화재가 파괴되는 건 물론 터널을 통과하는 자동차 배기가스로 오염이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볼 필요도 없이 국립공원 북한산의 허리를 잘라 터널을 만들고 도로를 내겠다는 발상은 놀랍기 그지없다. 북한산을 보존하려면 등산객도 제한해야 할 판에 하루 14만여 대의 자동차가 터널을 통과하며 배기가스를 뿜어댄다면 아무리 자연의 품이 넉넉하다 한들 배겨날 수 있을 것인가.
북한산은 국립공원 전체가 서울과 경기도 주요 도시에 둘러싸여 생태적으로는 ‘고립된 섬’이다. 그러나 2,300만여 평의 녹지가 뿜어내는 맑은 공기는 도심의 ‘녹색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매년 찾아오는 사람만 5백만 명, 비율로 따지면 서울 인구 2명당 1명이 북한산을 찾는다는 통계다. 그래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올랐을 정도다. 터널을 뚫지 않고 우회도로 공사를 할 경우 정부가 9,500여억 원의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서울 외곽의 교통 정체 해소도 힘들다. 그러나 북한산 국립공원이 망가진 후에 이를 복원하려고 할 때에는 그보다 몇 십 배, 몇 백 배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할 것이다. 오늘 여기 저기 파헤쳐진 저 산이 내일 또 다른 산, 또 다른 계곡의 모습이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을까.
무엇보다 우리는 더 이상 망가지지 않은 자연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 북한산 관통도로 계획은 전면 재고되어야 한다.
장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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