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한 가운데 세운 ‘선방’

현장 in-북한산 관통 도로 공사 현장(2)

북한산을 파헤친 공사장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철조망을 두른 울타리와 나무로 지은 높은 망루가 나타난다. 20미터가 넘음직한 망루와 거친 철조망은 전쟁터 한 가운데에 위태롭게 서 있는 요새와도 같다. 설치미술가 최병수 씨가 세운 망루 곳곳에 주렁주렁 달린 빨강, 노랑, 녹색의 물 주머니는 터널 공사로 신음하는 북한산이 흘리는 ‘피’를 상징한다.

‘북한산 살리기 정진도량 천하제일문’이라 쓴 일주문을 지나 냇물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를 건너자 판자집 ‘선방’이 등장한다. ‘철마선원’. 쇠를 단련하듯 마음을 닦는다는 뜻의 이 선방에서 불교환경연대 대표인 수경 스님과 다른 스님들이 하안거 정진 중이다. 북한산 터널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터널 입구가 될 이 곳에 농성장을 짓고 ‘수행’ 겸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매월 첫째 토요일에는 ‘북한산 살리기 3천배 철야기도’를 올린다. 수경 스님의 말에 따르면 “선(禪)은 선방에만 있는 게 아니며 수행자가 수행하는 모든 곳이 선방”이란다.

그런 철마선원이 지난 7월 25일, 관통도로 건설회사에서 고용한 용역깡패 100여 명에게 강제 침탈당했다. 새벽 3시 경, 전경 복장을 갖추고 갑자기 들이닥친 이들은 수경 스님과 농성자들을 폭행했고, 이 과정에서 최병수 씨가 포승줄에 묶인 채로 쇠파이프에 맞아 심한 부상을 입기도 했다. 뒤늦게 출동한 경찰에 용역 전원이 연행됐지만 침탈의 후유증은 컸다. 수경스님과 최병수 씨가 입원을 했고 파괴된 농성장 곳곳은 우리가 찾아간 날까지도 정리가 덜 된 듯 어수선했다. 그래도 이 농성장마저 철수하면 더 이상 터널 공사를 막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누구도 농성장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얼마 전 수경 스님과 농성단을 포함한 조계종 스님들, 환경운동가들은 서울역에서 조계사까지 무려 4시간 30여 분 동안 ‘3보1배(세 걸음에 절 한 번)’를 하면서 기도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무한히 베푸는 자연에 감사하고 국립공원을 파괴하는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고 스스로 참회해 북한산 국립공원을 살리자는 의지와 염원을 다지기’ 위한 불볕 고행이었다. 첫 걸음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참회함이요, 두 번째 걸음은 스러져가는 뭇생명에 대한 연민과 위로, 세 번째 걸음은 이들을 살리겠다는 굳은 의지이며 일 배는 참회와 소원을 성취하게 해 달라는 기도의 의미였다. 불볕 더위에 적어도 3천 번 이상은 아스팔트 위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해야 하는 고단한 행진이었다.

정부와 LG건설이 공사를 강행하는 한 이 고행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온갖 미물을 보호하는 마음으로 세상 한 가운데 세운 선방, 송추 농성장도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장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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