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문화가 진정 꽃필 수 있는 사회를 바라며
동구의 청소년 밴드들이 7월 28일 일산 해수욕장에서 가진 ‘즐기자 락(樂)’이라는 락 공연, 그리고 얼마 전 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청소년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함께 청소년 문화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이 사회는 최소의 비용만을 들여 미래 노동자들을 교육시킨다. 그리고 학교 수업과 운영방식은 철저하게 공장의 노동과 운영방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짜여진 수업과 교사들의 통제는 공장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우리의 대다수 청소년들은 학교 교육을 능동적이고 창조적으로 학습하고 있지 못하다. 교사들이 시키는대로 따라서 움직이는 기계처럼 수동적인 인간으로 교육된다. 또한 이들은 문화예술을 학교교육으로부터 배울 기회를 많은 부분 박탈당한다. 기초적인 정도의 문화예술, 체육 교육(피아노, 태권도)도 사교육으로 받아야 한다. 그리고 고급 문화예술, 체육(바이올린, 리듬체조)에 대해서는 돈 때문에 교육받을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
이번 월드컵 때 청소년과 여성들이 대대적인 응원에 열광했던 것은 그들이 그만큼 이 사회에서 억눌려 있고 주인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자신들의 창조력과 열정을 발산하지 못하고 틀에 박힌 학교교육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갇혀 있었고 여성들은 가정에 갇혀 있었다. 이런 조건이 월드컵이라는 가진 자들의 축제에 그들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제한된 자유이기는 했지만 그 자유라도 맘껏 누리려고 했던 것이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도록 교육하는 학교교육에서 집단적인 힘을 경험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응원은 서로 모르지만 집단적인 힘을 느끼고 해방감을 갖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그 맛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주변의 친구들을 응원의 장으로 끌고 나와 함께 그 기분을 느끼려고 했던 것이다. 이런 해방감은 자신의 요구를 분명히 가지고 투쟁하며 느꼈던 87년 노동자들이 느꼈던 해방감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월드컵이 끝난 지금 어떤가? 청소년들은 과거 그대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을 강요받고 있다. 마치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열심히 일만 해야 하는 현실과 너무도 닮아 있다.
이러한 열기를 다시 살려주는 작은 계기가 되었던 것이 이번 락 공연이었다. 자신들의 친구들이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자신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에 따라 호흡하는 모습은 주변에서 그 과정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 열정의 공간으로 빨아들이는 강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이런 모습들은 다른 이들이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백화점이나 문화회관 등 자본들에 의해 주도되는 문화교실은 집단적인 것들이 거의 없다. 철저하게 개별적인 것으로 한정한다. 그리고 그들이 배우는 것조차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소통하는 방식이 아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문화예술은 집단적인 방식이어야 한다. 그리고 개별적인 것조차 다른 사람과 함께 느끼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 공연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청소년은 어른들과 이 사회의 거울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앞에서 얘기했던 긍정적인 측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대에 오른 가수들은 관객들이 함께 열망하기를 요구했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요구는 권유가 아니라 강요였다. 그 모습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그 모습과 너무도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밴드들이 선택한 노래를 보아도 그 청소년이 어떤 가정에서 자랐는가를 알 수 있었다. 청소년들의 문화에서도 동일하게 출신 계급의 문화를 대변하고자 하는 욕구들을 볼 수가 있었다.
따라서 이런 청소년들의 문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하기 위한 노력의 책임은 청소년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진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자본의 거대한 문화에 맞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그 문화를 수용하고 자신들의 문화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미래 노동자, 청소년들에게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현실에서 우리 노동자들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미래 노동자, 청소년들에게도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박진영 울산노동자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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