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에 올라탔다"…중단 어려운 체제개혁 시작

북한경제 개혁 어떻게 봐야 하나

정용상 ysjung@kdlpnews.org
북한은 지난 7월 1일 가격현실화 및 경제계획 수립 분권화를 축으로 하는 경제개혁을 단행했다. 이번 조치는 북한이 해방 직후 실시한 토지개혁 이래 최대 규모의 경제개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조선신보> 7월 26일자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조치가 “사회주의 원칙에 기초해 단행된 조치”이며 “수요와 공급을 고려해 가격을 다시 제정할 수 있지만 공급자가 제 멋대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즉 시장의 원리가 그대로 가격에 반영되지 않게 조정할 수 있다는 북한의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조치가 ‘호랑이 등에 올라탄 듯’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내릴 수 없는 북한 체제개혁의 시작으로 보고있다.


재정적자 불가피

북한의 이번 가격현실화 조치는 그 동안 정부의 가격보조금으로 통제해 온 공식물가에 암시장 물가를 반영하고 정부 보조를 중단한 것이다. 이는 북한 정부가 공식 부문과 암시장으로 이원화된 상태로 존재해온 경제구조를 공식 부문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북한 정부의 물가 통제능력을 약화시켜 인플레이션 유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박순성 교수는 “인상된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선 북한정부의 재정적자는 불가피할 것이며, 가격현실화는 단기적으로 암시장의 흡수 효과가 있겠지만 만성적인 식량·물자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북한의 경우 공급부족으로 인한 암시장의 가격 폭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정부의 이번 조치가 공급 부족으로 인한 대규모 인플레이션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반복적인 물가조정이 불가피하고 이는 경제구조가 시장에 의존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김연철 박사도 “북한의 행정적 가격조정이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지 못할 경우 소비재 유통망의 주도권은 암시장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재정적자로 인해 과거처럼 식량과 소비품에 대한 가격보조금 지급구조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급제의 실질적 포기

북한은 배급제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쌀값의 현실화는 곧 기존 배급제의 실질적인 포기를 의미한다. 북한의 배급제는 배급표에 적힌 양만큼만 곡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정한 제도였다. 기존 배급되는 쌀의 가격은 8전에 불과해 암시장 가격인 53원에 비해 월등히 저렴했기 때문에 가격은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박교수는 “쌀 가격에 기존 암시장 가격을 반영함에 따라 쌀의 구입 시 배급표보다 가격이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됨으로써 배급제는 실질적으로 기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북한은 기존에 80전에 쌀을 수매해서 8원에 주민들에게 판매했지만 가격체계 조정 이후 40원에 쌀을 수매해 44원에 판매하고 있고 이는 북한이 주민에 대한 식량지원을 사실상 포기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박사는 “배급제는 국가의 재정 보조로 수매가격보다 낮은 배급가격을 책정한 일종의 현물임금 방식이었다”며 “국가의 가격보조 정책이 폐지됐다는 것은 현물 임금제도가 화폐 임금제도로 전환된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외자유치

북한의 쌀 가격은 8전에서 50배 이상 높아진 44원으로 상승한 반면, 지하철 가격은 10전에서 10배 오른 1원으로 책정됐고 임금은 10∼20배 가량 올랐다. 쌀값의 상승률이 일부 분야를 제외하곤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경제 잉여가 농업 쪽으로 몰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이 60년대 이후 중공업 우선 발전전략을 채택하고 농업의 경제 잉여를 공업부문에 투자해 온 것에 비추어 보면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교수는 “중국의 경우도 사회주의 경제개혁 당시 곡류 가격을 다른 분야보다 높게 책정하고 농촌에 대해 정부가 투자·지원을 하지 않아도 될 상태로 유지한 반면, 공업 부문은 외자 유치를 통해 집중 육성했다”며 “북한이 내부적 투자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농산물 가격을 대폭 올린 것은 외자유치를 통한 공업발전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가격 현실화를 단행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교수는 또 “북한은 이완된 계획경제 체제를 정상화시키려는 의도에서 이번 경제개혁 조치들을 실행했지만 시장구조로의 경제체제 변화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99호] 8.12 ~ 8.18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