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 중동정책]미국, 중동 파트너 바꿀 가능성

미국 VS 사우디아라비아

이지안 mulu@kdlpnews.org
“테러를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적’이자 ‘악의 핵(kernel of evil)’이다.”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이같은 주장이 제기돼 양국 간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주요정책개발기구 중 하나인 랜드코프 연구소가 최근 국방부 자문위원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사우디가 테러의 모든 단계에 개입돼 있으며, 반테러전쟁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사우디의 유전과 해외자산을 공격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지난 6일 보도했다.

지난해 9.11테러의 용의자 19명 중 15명이 사우디 출신이며 테러자금의 상당 부분이 사우디에서 조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내 반사우디 감정이 고조된 것은 사실이지만 사우디를 ‘적’으로 규정하는 보고서가 미국 정부기구에서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사우디 정부는 분노를 표시했으며, 미국 정부는 ‘공식입장’이 아니라며 즉각 진화에 나섰다. 콜린파월 국무장관도 이에 대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사우디에 대한 미 정부내의 시각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이라크 공격 계획을 반대하고 있는 사우디는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감행할 경우 자국 영토를 이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지난 60년간 지속됐던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맹관계가 조금씩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9.11테러 이후 양국 갈등이 중동문제와 에너지정책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폭돼 왔다고 진단한다. 특히 사우디가 미국의 반테러전쟁 참여요구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으며, 미국의 과도한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사우디의 불만이 고조된데다 대 사우디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일련의 정책 등이 양국 간의 관계 경색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이라크 침공설은 미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중동질서를 재편하려는 부시행정부 내 ‘신보수주의자’들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아랍국가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딕 체니 부통령을 중심으로 세를 키워가는 이들은 “미국이 수십년간 다져온 국제적 우호 및 적대 관계를 다시 짜야 한다”며 미국의 대 중동정책 또한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고 이라크에 친미정권을 세우면 미국이 사우디에 의존해온 원유를 이라크에서 조달할 수 있게되고 따라서 사우디의 테러지원을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위싱턴포스트>는 이같은 신보수주의자들의 중동정책을 ‘모든 길은 바그다드로 통한다’는 말로 분석한 바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중동정책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파문이 양국 관계에 심각한 파열음을 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지역에 우방 확보가 긴요한 미국이나 이라크 등에 의한 이 지역의 혼란을 반기지 않는 사우디의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강행할 경우 사우디 정부는 미국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상률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걸프전 이후 미국의 대 중동정책은 이스라엘과 함께 양대 축으로 부상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에 놓고 진행돼 왔으나, 그 본질상 아랍권 국가들 중 하나가 지역 패권을 장악할 것을 우려한 ‘이중봉쇄정책’이 작동될 것”이라면서, “미국의 대 중동정책 파트너가 다른 국가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 99호] 8.12 ~ 8.18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