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안 mulu@kdlpnews.org
한박정미 woodfish@kdlpnews.org
장상 총리서리의 임명동의안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부결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여성계 내부의 이견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장상 총리서리 지명을 여성 정치진출의 획기적인 전기로 받아들이며 대체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했던 여성계는 장상 총리서리 부결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은 부결 직후 논평을 통해 “첫 여성총리라는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도덕성 검증에서 좌초해 유감”이라고 밝혔으며,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도 성명을 내 유감을 표명했다. 유감을 표하는 쪽은 대부분 여성 지방의원 3.2%, 여성 국회의원 5.9%라는 수치가 보여주듯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의 정치진출에 대한 정치권의 여성차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여성 지방의원들과 영(young) 페미니스트 활동가 등을 중심으로 “부결이 유감이긴 하지만, 그동안 논란이 됐던 이중국적·위장전입 등의 문제로 미뤄볼 때 이는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특히 장 총리서리의 도덕성 문제와 더불어 인사청문회의 성차별 논란, 보수정치권 내부의 ‘여성 정치세력화’를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협 등 주류여성계와 일부 여성계 인사들의 입장이 대조를 이루고 있어 장상 총리서리 부결이 여성계에 남긴 후유증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인사청문회와 관련해서는 이번 청문회에서 장상씨에게 적용된 검증기준이 지금까지의 청문회들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엄격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여성계 인사들이 많았다.
이같은 의견은 지난 7일 여연 주최로 열린 ‘최초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평가와 과제’ 긴급 토론회에서도 지적됐다. 지은희 여연 지도위원은 “만약 장상씨가 정치적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남자였다면 인사청문회 자체는 비슷하게 진행됐겠지만 인준은 됐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들만큼 성차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경희 민주노동당 용인시의원은 “장상씨는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의 도덕성 문제가 컸으며 특히 인사청문회에서 보인 불성실한 자세들이 국민들의 지지를 잃는데 결정적인 이유가 됐기 때문에 인준 부결을 성차별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임한 패널들은 인사청문회의 ‘검증기준’을 객관화해 차후에 일관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이번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 일각에서 제기된 ‘성차별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동시에 여야에 의해 정략적으로 이용당한 흔적들로 얼룩진 이번 인사청문회를 가장 발전적으로 결론 지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또한 이번 장상 총리서리 부결이 여성계에 남긴 또 하나의 과제는 보수정치권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의 여성 정치세력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입장의 정리와 관련된 것이다.
최현숙 민주노동당 여성위원장은 이와 관련 “이번 논쟁은 장상이 총리감이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정치권 내의 여성 정치세력화에 대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가의 문제”라며 “보수권 내부의 성평등도 한국 정치발전을 위해 긍정적이며 따라서 부정적인 면들의 비판과 함께 긍정적인 측면을 지적해야 더욱 책임있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한편 심재옥 민주노동당 서울시의원은 “여성이라도 다 같은 여성이 아니”라면서 “가부장적 모순과 계급적 모순에 처해있는 여성의 정치적 입장을 온전히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여성의 정치진출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여성단체들이 여성 정치진출의 외연을 넓히는 양적인 참여에 치중하기보다는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갖고 여성참여가 이뤄지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둘러싼 이같은 보-혁 논의는 여성계 내부에서도 더욱 복잡한 ‘정치적’ 지형을 낳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99호] 8.12 ~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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