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제 만능 아니다"…거리유세 폐지 문제 많아

중앙선관위 선거개혁안 평가

손혁재/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개혁안을 발표했다. 매우 전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눈에 띤다.

선관위 개혁안의 핵심적 내용은 고비용 정치구조를 청산하고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함으로써 깨끗한 정치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선관위가 선택한 방법은 선거공영제의 확대이다. 선거비용을 국민세금으로 충당함으로써 불법자금을 마련할 필요성을 없애 선거에서의 검은 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선거공영제는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선거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만으로 깨끗한 선거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공영제 자체가 ‘돈 덜 쓰는 선거’를 가능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자칫 기존에 정당과 후보자가 쓰던 돈은 그대로 쓰고 선거공영제라는 명분으로 선거에 쓰이는 국민세금이 많아져 전체 선거비용은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선거공영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자금의 흐름부터 투명하게 해야 한다. 선관위 개혁안에도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대통령 선거 입후보 예정자는 선거일 1년 전부터 정치자금관리인(회계책임자)을 두어 모든 정치자금을 통합관리하며,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선관위에 신고한 단일계좌로 하도록 의무화하고, 1백만원 이상 기부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고, 10만원 이상 지출에 수표나 신용카드 사용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제안대로 된다면 정치자금의 투명화가 가능하다. 문제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이 같은 안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거공영제라는 이름으로 국민 세금으로 선거비용을 충당하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정치자금 투명화는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국고보조라는 이름으로 국민세금이 정당으로 들어간다.

올해 정당들에게 지원되는 국고보조는 예산의 0.1%에 해당하는 1천1백38억원이나 된다. 이 돈의 사용부터 깨끗하게 밝히고, 그밖에 다른 정치자금의 흐름을 깨끗하게 밝힐 수 있어야 선거공영제 확대의 취지가 살아난다. 선관위 개혁안이 입법화 과정에서 진통을 겪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현재는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백만원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아야 당선이 무효가 되지만,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유죄판결만 받아도 당선 무효가 되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나, 허위영수증 발급 사용 및 법원 허위증언자 가중 처벌, 정치자금법 위반자에 대한 선관위 조사권 강화 등도 깨끗한 선거, 깨끗한 정치를 위해 요긴한 제도이다. 이 제안 역시 정치권이 강하게 반대하겠지만 반드시 실현돼야 할 개혁적 조치이다.

너무 깨끗한 선거만 강조하다 보니까 선관위의 선거개혁안에서 문제점이 나타난다. 우선 거리유세 폐지는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선관위는 정당연설회가 돈으로 사람을 동원하는 방식의 고비용 선거운동 방식이기 때문에 폐지하고 언론매체를 이용한 저비용 선거방식으로 바꾸자고 한다. 정당·후보자 연설회를 없애는 대신 공영방송인 KBS 주최의 합동연설회를 의무적으로 열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확실히 비용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후보자와 유권자의 직접 만남이 제한된다는 문제가 있다. 또 텔레비전의 속성상 능력 있는 사람보다는 능력 있는 것처럼 보일 줄 아는 후보에게 유리한 ‘이미지 정치의 함정’에 빠질 우려도 있다.

또 언론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저비용도 아니다. 선관위는 신문과 방송을 통한 후보자·정당의 정책광고를 늘리고 그 비용의 절반을 선거공영제로 하겠다고 제안한다. 늘어난 선거광고는 부자 정당이나 부자 후보에게는 유리하겠지만 작은 정당들이나 신생 정당, 그리고 무소속 후보들에게는 불리하다. 이런 점들은 고쳐야 한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휩쓸리지 말고 학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에 귀기울여야 하며, 선거개혁안의 기본정신을 훼손시키려 해서도 안될 것이다.
[ 99호] 8.12 ~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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