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SD] 국가 수준의 이해를 넘어 지구의 미래를 고민하자

[문화연대 편집자주] <쓰시협 소식지>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담'(WSSD: 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 리우+10 회의)이 올해 8월 26일부터 9월 4일까지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민중, 빈곤, 그리고 번영'(People, Poverty, and Prosperity)이라는 대주제 아래 열리는 이번 회의의 목적은 1992년 리우에서 채택된 '의제21'의 지난 10년간의 이행상황을 평가하고 향후 전략을 마련하는데 있다. 특히 '세계화'로 인해 변화된 환경에서 의제21의 이행을 가속화할 '정치적 선언문'과 '행동계획',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부, 주요그룹간의 구체적 사업을 담은 파트너쉽' 문서를 채택하게 된다.


WSSD에는 189개국 유엔 회원국의 정부수반이 참여하는 정부회의 뿐만 아니라 전 세계 NGO 약 5만여명이 참가할 예정인 시민사회포럼(Civil Society Forum)이 동시에 열린다. 세계의 NGO들은 '세계화와 빈곤', '전쟁과 평화위기' 등 21세기 지속가능한 발전의 새로운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는 문제들에 목소리를 함께 하고 주요그룹별, 이슈별로 네트워크를 조직하여 진전된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촉구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여성그룹이 가장 먼저 WSSD를 준비하는 여성위원회를 발족하여 여성보고서 작성, 의제평가를 위한 워크샵 개최, 국제회의 조직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3월에는 40여개 단체의 참여 속에 WSSD준비를 위한 민간조직으로 '리우10한국민간위원회'가 발족하였는데, 한국민간위원회는 주제별, 주체별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한국NGO보고서 작성을 위한 평가와 과제 발굴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였고 WSSD에 대한 인식증진과 주요쟁점에 대한 입장정리를 위해 2차례의 심포지움을 개최하였다. WSSD현지활동으로 국제회의, 한국의 날 행사, 부스운영, 홍보물 제작 등을 계획하고 있다.

WSSD를 위한 준비회의는 국가/지역/세계 차원에서 진행된다.

국가별로 WSSD 준비를 위한 국가추진체계가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었는데 한국의 경우 PCSD(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국가보고서 작성 및 협상전략에 대한 논의를 이끌고 있다.
지역차원의 회의는 1차 유엔준비회의 이후 UN이 정한 5개 지역 (유럽·북미, 중남미·카리브해, 아프리카, 서아시아, 아시아·태평양)별로 진행되었는데 이행수단, 세계화, 거버넌스 강화 등이 공통된 쟁점으로 논의되었다.

세계차원의 회의는 'Prepcom'이라 불리는 유엔준비회의로, 2001년 5월말 발리에서 개최된 4차 준비회의를 끝으로 모두 마무리 되었다. 그간 진행된 4차례의 유엔준비회의를 통해 WSSD에서 다루어질 주요 의제에 대한 윤곽이 '의장보고서'의 형태로 제시되었는데 여기서 채택된 주요의제는 세계화, 빈곤,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에너지, 농업, 생물다양성, 산림생태계, 사막화, 대기, 보건, 담수, 소도서개도국 및 아프리카 지원, 이행수단 등이다.

준비회의가 열리면 이와 함께 NGO의 참여가 보장되는 주요이해당사자회의(Multi-stake holders Meeting)와 주제별 회의(caucus)가 개최된다. 이 공간을 통해 각국의 NGO들은 다양한 입장을 표출하고 민간의 입장을 회의문서에 반영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정부회의장 밖에서 개개 조직이나 지역별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주제의 비공식 NGO포럼이나 워크샵이 열린다.


WSSD에 대한 높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진행된 과정을 통해 드러난 모습은 '경제의 세계화'를 통해 10년전 보다 더욱 파워가 세진 다국적 기업과 미국의 독선이 진보와 개혁을 위한 합의에 번번히 제동을 걸고 있는 현실이었다. NGO뿐만 아니라 정부지도자 조차도 리우이후 10년을 '이행의 위기'(Crisis of Implementation)로 보는데 동의하고 있다. 일부 NGO들은 발리회의 이후 'WSSD 보이코트' 를 선언하며 WSSD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본 회담 전 마지막 협상의 장인 발리회의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지속가능성에 역행하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였고 결국 대부분의 문항이 brackets(합의에 실패하여 문안에 문구 대신 괄호가 쳐져 있는 것) 상태로 남게 되어, 요하네스버그 본 회담에서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합의실패는 두가지 범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이행계획' 중 대부분이 brackets 상태로 남은 '재정', '무역과 세계화', 그리고 리우에서 천명된 '공통의 차별화된 책임'이라는 원칙과 관련된 것이다. 둘째는 기한을 정한 목표의 설정(time-bound Target) 문제이다. ODA를 국민소득 0.7%로 확대하는 것, 교또협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미국을 비롯한 몇몇 선진국들이 기한 명시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이에 대해, NGO들은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계획은 립서비스에 불과한 것으로 정치적 의지의 부재를 의미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영향력 있는 세계NGO단체들이 함께 만든 'ECO'라는 소식지에서는 이번 발리회의 결과를 '협상의 총체적인 파탄'으로 보고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다른 유엔회의와 마찬가지로 WSSD는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던져질 것' 이라는 말로 그들의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NGO도 '보이콧과 외부투쟁' 대 '회의장 안에서의 로비를 통한 압력'이라는 두가지 전략을 둘러싸고 입장이 갈리었으나 대체로는 양쪽 전략이 통합되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은 WSSD를 준비하는 한국NGO들에게 두가지 고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는 WSSD를 계기로 국내적으로 어떤 운동적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인가 라는 고민과 WSSD 자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전략이라는 측면에서의 고민이다. 첫 번째와 관련해선는 이번 WSSD준비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내 운동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대화'를 조직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운동의 현재를 점검하고 지구적 환경의제와 자신의 운동과제를 통합해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 WSSD이후의 운동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와 관련해서는 요하네스버그에서의 NGO와의 연대활동을 통해 다국적기업의 횡포에 반대하고 세계의 평화와 지속가능성을 향한 세계시민의 소망을 대변하는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벌릴 것을 제안한다. WSSD현장에서는 회담의 합의수준을 높이기 위한 로비활동 뿐만 아니라 시애틀에 버금가는 NGO의 장외투쟁이 예견되고 있다. 일국가 수준의 안목과 이해를 뛰어넘어 지구의 미래를 위한 행렬에 우리 한국의 시민사회도 적극 동참하여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여성환경연대 사무국장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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