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만의 월경을 이야기하자
4회 월경페스티벌 '경(慶)칠년들' - 넌 어떤 월경하니?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그렇게 되면 분명 월경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남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오래 월경을 하며 생리량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1983년에 쓴 글,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의 유명한 구절이다.
월경은 오랫동안 불결하고 더러운 것, 금기시해야 할 것, 숨기고 부끄러워 해야 할 것 등으로 인식되어 왔다. 월경이 여성에게만 고유한 것이라는 사실은 월경에 대한 신화와 몰이해를 더욱 부추겼다. 드물게 성스러운 것으로 추앙받기은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월경을 하는 여성은 종교의식에서 배제되고 심지어 월경 기간동안 격리를 당하는 예까지 있을 정도로 월경에 대한 혐오와 거리두기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줄기차게 실천되어 왔다.
여성들이 월경의 역사를 긍정하고, 나아가 여성으로서의 삶에서 갖는 의미를 탐색하며 그 에너지를 즐기고 나누기 위한 행사가 열린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월경페스티벌은 이렇게 입에 담기조차 꺼려졌던 월경을 확 트인 대도시의 광장으로 이끌어 내고 있는 축제.
월경페스티벌은 첫해인 1999년, '유혈낭자'라는 제목으로 터부시되어 무조건 감추기에 급급했던 월경을 드러내고 떳떳이 이야기하자는 마당을 만들더니, 다음 해에는 혐오스럽고 불결한 것이라는 월경에 대해 긍정적 성격을 담아낸 '달떠들떠'를 통해 월경기간을 오히려 삶의 에너지로 가득 찬 여성만의 축복으로 여기게 만드는 계기를 창출했다. 2001년 '예기치 못한 즐거움'에서는 여성들 개개인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토해내는 것을 통해 자신이 가진 몸의 역사인 월경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축제를 꾸몄다.
올해 행사에서는 월경이 하나의 추상집합명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몸질서 속에서 경험으로 살아있음에 주목하여, '경(慶)칠년들'이라는 행사명 아래 '넌 어떤 월경 하니?'로 주제를 잡았다. 각각의 월경이 모두 다른 경험임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월경 경험들을 나누며 결국 자신만의 월경을 찾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그 동안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트랜스젠더와 장애인 여성들의 월경문제를 이야기해 볼 계획이다.
올해 페스티벌은 8월 31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치러진다. 행사는 2부로 나뉘어 진행되는 놀이마당과 20여 개의 부스를 설치하는 참여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놀이마당에서는 트랜스젠더 모델의 버자이너패션쇼, 현경 교수의 영상메시지,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의 축하무대, 무용가 안은미의 축하무대 등이 이어진다.
참여마당에는 기발하고 쏠쏠한 순서들이 가득하다. 자신의 월경주기를 체크할 수 있게 만드는 '월경주기 팔찌', 여성주의 아티스트 센아트의 작품을 전시해 놓은 '월경 미술관', 기지촌 여성들이 직접 만든 수공품을 판매하는 '수공 액세서리 부스', 가부장적 문구를 직접 바꿔보는 참여부스 '틀로부터의 몸부림' 등이 설치·운영된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서울시내 곳곳에서는 사전 페스티벌 '달이 차오를 때'가 진행된다. 17일과 18일에는 명동과 신촌에서 행사 홍보 및 이벤트와 퍼포먼스를 벌였다. 24일과 25일에는 홍대앞과 대학로에서 각각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행사를 준비한 여성문화기획 불턱은 1999년 출발해 올해 월경페스티벌과 함께 4년째를 맞는다. '불턱'은 제주의 해녀들이 작업이 끝난 후 옷을 갈아입으며 수다를 떠는 장소를 가리키는 순 제주도 말이라고 한다.
월경이라는 하나의 생리현상이 여성의 생물학적 억압과 사회적으로 왜곡된 지위에 대한 폭로를 넘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으로 옮겨가는 과정, 그 가운데 월경 페스티벌이 있다.
일일문화정책동향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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