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아이러니, KEDO와 북한 경수로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KEDO

지난 7월2일, 정국은 얼마 전 일어난 서해교전의 책임을 놓고 시끄러웠지만, 북한에는 북한 경수로의 핵안전규제요원 25명이 조용히 입국했다. 예전 같으면 남북모두에게 인명피해가 있는 교전 이후에는 남북간의 공식-비공식적 교류가 모두 단절되는 것은 물론이고, 방문하고 있던 사람들의 안전까지도 걱정했겠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모두들 서해교전 이후의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시험대로 경수로 문제를 다루었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남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예정된 건설 사업을 하나씩 진행했다.
그리고 얼마 전 7일에는 함경남도 금호지구에서 축포 속에 레미콘이 등장하는 가운데 ‘최초 콘크리트 타설식’이 있었다. 남-북의 건설교류로는 첫 사례이고, 서해교전 등 각종 악재 속에서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극찬이 이어졌지만,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와 경수로 사이에는 수많은 역사의 아이러니들이 숨어있다.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KEDO
KEDO의 탄생이 북한의 NPT 탈퇴와 핵사찰 파문, IAEA 탈퇴선언으로 이어지던 93-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북한과 미국의 핵문제를 둘러싼 치열한 외교적 줄다리기는 95년 KEDO라는 기형적인 국제기구를 낳았다. KEDO는 미국-한국-일본 3개국이 주축이 되고, 이후 캐나다, 칠레, 인도네시아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기구이다. 이 기구는 94년 제네바에서 체결된 북미간 기본합의문(제네바 합의문)의 이행여부와 특히 북한에 경수로 건설을 지원하는 것을 주요목적으로 한다.

제네바 합의문은 미국과 북한간의 합의문이었기에 다른 국가들은 이에 대한 기본적인 감시정도의 역할만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세계 경찰’이 국제사회를 대신해 극동아시아 정세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북한과 체결했다는 것이 큰 이유가 되어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역할이 부여된 것이다. 더욱이 KEDO의 운영비용과 북한 경수로 지원 비용 역시 대부분 한국이 지원하고 있지 않은가? 지난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경수로 건설 공사비용을 보면, 총 8억5,000만 달러의 공사비 중 우리나라가 5억9,500만 달러, 일본이 2억5,500만 달러를 지출하는 등 대부분 비용을 우리나라와 일본이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경수로 건설비용은 매번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이슈가 되었고, 한때는 국내 전기료 인상분을 KEDO 분담금으로 사용하겠다는 발표를 했다가 국민 여론에 밀려 포기한 적도 있다. 결국 이 엄청난 비용은 9,300여억 원 규모의 국채발행으로 메워졌다. 국민세금으로 발전소를 짓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하필 핵발전소인가? 핵사찰을 둘러싼 파문 속에 만들어진 KEDO의 근본적인 문제도 있지만, 에너지 수급이 목적이라면 -많은 문제 속에 파묻혀 있는- 핵발전을 굳이 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특히 통일 이후의 한반도를 고민했을 때 에너지 공급원으로 핵발전을 택한 것은 두고두고 많은 환경적 문제들을 남길 것이기 때문이다.

급조된 기형적 조직 KEDO
그럼 KEDO와 북한 경수로 문제를 조금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는 없는 것일까? 북한에 대한 쌀지원, 경제 협력차원으로 해석할 수는 없을까? 어차피 통일을 대비하고 우리 민족의 에너지난 해결을 위한 부담이기에 적지는 않지만 필요한 비용부담은 아닐까?하지만 KEDO는 다르다. 제네바 합의를 비롯 93-95년 KEDO 구성 이전까지의 논의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해 본적이 한번이라도 있는가? 마치 한국전쟁 당시 우리민족이 우리의 자주권을 지키지 못했던 것처럼 한반도 핵문제라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한국은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무시당하는 위치였다. 이러한 가운데 결정된 경수로 건설문제에 대해 사후 수습차원에서 비용의 대부분을 지원해가며 참여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돈으로 비용을 지출하면서-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결론이다.

물론 북한과 미국사이의 어정쩡한 합의인 KEDO에 대해 북한과 미국의 강경론자들의 불만은 많다. 북한의 강경론자들은 94년 제네바 합의만 없었다면 이미 북한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을 것이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미국의 강경론자들은 핵사찰에 응하지 않는 북한에 대한 지원을 즉각 중단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KEDO의 정당성이나 의의를 부각시키는 근거로 사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KEDO는 이런 강경론자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강경론자들의 현실타협방안으로 급조된 기형적 조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KEDO의 불필요함을 주장하지만, 결국 북한에는 공짜핵발전소와 북미관계에서의 실익을, 미국에는 극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강화를 가져다 주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강경론자들의 주장은 KEDO를 통한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한 주장에 불과하다. 이 속에서 KEDO와 경수로 공사를 감상적 남북협력으로만 상상한다면, 이는 결국 북한과 미국 중심의 한반도 논의구조를 고착화하고, 남한민중들의 소외와 실질적 피해를 확대하는 모습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전 대표 GreenReds@hotmail.com
태그

북한 , 경수로 , KEDO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참세상뉴스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